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리에 우는 서민] <7·끝> 이익 추구도 '금도'가 필요하다

"은행, 준공적 기능… 금리기준 명확히 하고 서민대출도 확대를"<br>대출금리 깎아줄땐 급여통장 유무 등 기준 있지만 올릴땐 은행서 정하기 나름<br>총자산수익률 1%선 적정 수익 유지하고 일부분은 서민위해 사용<br>공익성 강화 나서야




은행이 시장원리를 따르는 순수한 영리기업인지 공적기능을 가진 집단인지는 오래된 논란거리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금융산업에서 은행은 여전히 무조건적인 이윤만을 추구하는 집단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은행도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가치 극대화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순이익을 최대로 내서 배당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은행이 준공적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이윤 추구에도 금도라는 것이 있음을 설명해준다. 은행의 수익은 곧 고객의 손해(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정부가 사업면허를 내주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만큼 적절한 선에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적용하고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주의국가도 아닌 마당에 은행의 이익을 강제적으로 줄이게 할 수도 없는 일. 때문에 전문가들은 불투명한 금리 인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공익성 강화 측면에서 서민우대용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무차별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여신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은 서민대출에 할당을 하는 등 서민에 대한 은행의 기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상 기조조차 없는 대출금리=은행원 김모씨는 지점에서 대출고객을 맞을 때마다 난처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에도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왜 올랐냐"고 묻는 고객에게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는 "시중금리가 변했다" "신용등급이 조정됐다"는 식의 설명을 고객에게 했지만 스스로도 씁쓸했다. 김모씨는 "대출금리를 깎아줄 때는 급여통장이 있으면 얼마를 해줄 수 있다는 기준이 명확하지만 금리를 올릴 때는 그렇지 않다"며 "사실 지점장이 얼마를 올리라면 올리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겉으로는 대출금리를 올릴 때 시중금리 등을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은행에서 정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받을 때는 "일단 우겨라"라는 말이 나온다. 금리 인상 근거는 명확하지도 않고 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A은행은 급여나 연금이체 고객에게는 모기지론을 최대 0.4%포인트 우대해준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을 쓰면 0.1%포인트, 신용카드는 최고 0.3%포인트를 우대해준다. 신용대출도 카드 실적에 따라 0.1~0.3%포인트, 급여이체고객이면 은행 등급에 따라 0.3%포인트를 낮춰준다. 대출금리 우대기준이 공식화돼 있고 모든 지점은 이를 따른다. 그러나 대출금리를 올릴 때는 은행 공식 기준이라는 게 없다. 이 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릴 때는 따로 기준이 없다"며 "시장금리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가산금리 조정 등에 대해서는 일선 은행원도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이익에도 '적정 수준'이 있다=금융권에서는 은행의 금리장사를 얘기할 때 적정 마진을 얘기한다. 은행이 라이선스산업이라는 것과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적정선은 총자산수익률(ROA) 1%다. 금융감독 당국도 1%를 적절한 수준으로 본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은 적절한 수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금융권에서는 이를 ROA 1%로 보고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1%가 넘으면 은행이 과도하게 이익을 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1%선은 저축은행에도 적용된다. 카드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지난 2003년 은행권의 ROA는 0.17%에 불과했지만 2004년에는 0.85%로 급증했다. 2005년에는 1.27%로 1%선을 넘었다. 은행들은 2006년에 1.11%, 2007년에도 1.1%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높은 수익은 금리장사에서 나오게 된다. 은행권의 ROA는 금융위기를 맞아 2008년(0.48%)과 2009년(0.39%)에 낮아졌지만 2010년(0.54%)부터 다시 올라가고 있다. 올해도 KB금융과 신한이 2조원대 이상의 순이익이 예상돼 은행권의 ROA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장의 이익을 보고 대출을 마구 늘리면 ROA가 높아졌다가도 무리한 대가로 부실이 생기기 시작하면 은행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적정 ROA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민우대대출 늘려야=서민대출은 리스크가 높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어서 떼일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자본금이나 덩치나 적은 곳에서 서민대출을 많이 취급하면 부실로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나온다. 그래서 은행이 서민대출을 일정 부분 담당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물론 서민대출은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ㆍ새마을금고 등에서 주로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권은 조달금리가 낮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서민금융기관보다 더 낮게 적용할 수 있다. 서민 입장에서는 금리가 낮을수록 부담이 적고 자립 기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서민대출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 지금도 은행들은 '희망홀씨대출'이라는 저신용자 전용대출상품을 팔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전세자금대출 등 다른 대출상품에도 은행들의 금리우대상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판매한도를 5,000억원으로 정한 서민우대 전세자금대출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