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찬호와 인재양성/유시열 제일은행장(로터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 선수가 승리할 때마다 국민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있다. 심지어 요즈음은 박찬호 때문에 사는 재미가 난다는 사람도 있다. 신문들은 박찬호의 기사를 대서특필하고 방송사는 평일 오전에도 현지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박찬호와의 광고모델 계약에 열을 올리고 박찬호 경기관람이 여행사 LA 관광코스의 새로운 메뉴로 등장하였다. 이제 박찬호는 가히 국민적인 스타라 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박찬호의 성공을 기뻐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국내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박선수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스타가 될 수 있었던가. 또 LA다저스팀은 왜 당시 한국야구의 현재 스타를 스카우트하지 않고 무명의 박선수를 데려갔을까. 이는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의 차이, 선수를 양성하는 방법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러가지 기술을 익히고 있어 당장에 잘 써먹을 수 있는 선수를 우리가 선호한다면 지금 성적은 탐탁지 않더라도 기본이 되어 있어 발전가능성이 큰 선수를 발굴해서 키우는 것이 미국의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차이는 비단 운동선수의 경우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학교교육에서부터 일반 직장에서의 인력평가에 이르기까지 당장의 성취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단기업적주의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5, 6학년만 되면 시작되는 시험경쟁은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공부에만 매진하도록 강요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의 학생들보다도 찌들리도록 공부한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 이들의 경쟁력이 결코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다른 나라처럼 기본기를 충실히 다지고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는 반증일 수밖에 없다. 시험에만 능한 학생을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는 우리의 기준으로는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데는 역부족이라 하겠다. 이러한 교육수준과 인재의 평가 기준을 벗어나기 위해 적지 않은 중고등학생들이 유학의 길에 오르고 있다. 이민의 이유도 『한국에서 잘 못살아서』가 아니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로 바뀌고 있다. 어떤 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공동화되듯이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의 교육산업도 공동화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 교육의 질을 높여 더욱 많은 「박찬호」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인재평가 기준이 기본기와 가능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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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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