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시민단체가 발표한 '서울시 아파트 분양가격 평가결과'발표로 세간이 시끌시끌하다.
일반 시민들은 아파트 분양가격이 원가의 3배 이상이라는 발표에 경악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업체들대로 원가산정 방법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 원가에 파는 상품이 있는가? 모든 상품의 원가를 파헤쳐 본다면 아마 시민들이 경악할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물론 주택의 특성상 다른 상품과 똑같이 비교하기는 곤란하지만 주택도 하나의 상품으로 보면 단지 가격이 원가의 2-3배라고 하여 과도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분양가 자율화 조치가 시행된 이후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주변 아파트의 시세에 영향을 받는다. 1999년은 서울 지역의 분양가가 자율화된 원년임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대형평형만 가격 상승이 있었을 뿐 중소형은 물가상승분 만큼도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당시에는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되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옵션제가 도입되었다. 분야가격을 낮추어 판매를 촉진하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분양가가 자율적으로 책정되는 주택시장에서는 분양가격이 주변시세보다 월등히 높은 수도 있고 또 시장상황이 안 좋으면 가격이 낮아지기도 한다. 이게 바로 분양가 자율화이며 동시에 시장기능에 의한 가격 조절이다.
최근 '00지역 분양가격이 주변시세를 추월했다'는 기사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현상이 기사거리가 되는 것이 이상하다.
새 아파트가 낡은 아파트보다 비싼 게 무엇이 이상한가? 요즘 새 아파트는 정말 다르다. 내부 구조, 자재나 마감재도 훨씬 고급스럽고 다양하다. 주차장도 훨씬 넓고 다른 시설들도 훨씬 편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왕이면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한다.
아마 새 아파트 가격에 대해서 우리 모두의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지난 오랜 기간 동안 분양가 제한으로 신규 분양아파트의 가격이 항상 기존 아파트보다 저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새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비싸면 이상하게 느껴지나 보다.
한편, 서울시가 무리하게 분양가를 제한하려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있다. 작년 한해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신규 분양가격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신규 분양가격이 높을수록 일반 분양분에 의한 이익이 커져 투자가치가 높아진다. 투자가치가 높아지자 재건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른다. 결국 재건축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 간의 가격 상승 연결고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는 먼저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에 제동을 걸었다.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 부활, 기준시가의 상향조정 및 세무조사 확대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이번에는 신규 분양가격으로 초점이 옮겨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분양가 제동으로 과연 분양가격이 낮아지고 있는가? 일부 단지에서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고는 있으나 이는 분양가 제한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해당지역의 주택시장 여건 때문이다. 지역 여건상 시세보다 낮추어 공급해야 분양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남 요지의 분양가격을 보자, 이들 지역은 분양가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양가격이 높다. 높은 가격에도 사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낮아진 분양가를 좆아 주변시세가 낮아지고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낮은 분양가에 주변시세만큼 프리미엄이 생겨 시세차익이 발생한다.
그러니 인기지역의 경우 분양가가 낮아지면 더욱더 많은 수요자들이 몰려들 것이다. 청약 통장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번쯤 단기차익을 노릴 만 하기 때문이다.
이번 4차 동시분양에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었던 아파트의 분양권 매물이 홍수를 이룬다고 한다. 분양가도 제동이 걸리고 물량의 50%나 우선공급을 받는데도 이들이 분양권을 팔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아직도 집값이 너무 비싸다. 잔금까지 다 치루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분양권 전매를 통해 차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분양가 제한에 너무 많은 힘을 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관계당국은 중서민들이 구입 가능한 주택 공급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직접 건설하는 공공임대주택을 계속 확대해 가는 것 이외에 주택금융을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한다. 주택가격이 얼마이든 우리도 선진국처럼 주택가격의 10-20%만 가지면 주택실수요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장기 저리로 거주하면서 갚아나가면 되는 痼甄? 이것이 지금 분양가 문제의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김현아<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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