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일(현지시간) 최근 총선에서 친(親)서방ㆍ탈(脫)러시아의 경향을 보인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천연가스값 미지불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번 조치로 유럽의 에너지안보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유럽으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의 80%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ㆍ우크라이나 가스분쟁은 곧 유럽 국가들에 대한 공급중단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체불된 가스대금을 월말까지 지불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체불한 액수는 13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친서방파인 티모셴코와 유셴코 연합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러시아의 입장이 한층 강경해졌다고 평가한다. 에너지를 무기로 우크라이나의 탈러시아 경향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13억달러라는) 그런 액수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현재 가즈프롬과 협상 중이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유럽연합(EU)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스값 체불과 공급중단 가능성에 대해서 가즈프롬으로부터 통보 받았다”면서 “가즈프롬이 유럽에 대한 기존 가스공급 계약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해부터 러시아가 동유럽의 벨로루시ㆍ우크라이나와 석유ㆍ가스 공급분쟁을 잇따라 치루면서 공급량 감소이라는 불똥이 유럽에도 떨어지고 있다.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중단에 맞서 자국을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라인까지 차단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파이프라인은 이들 두 나라에 동서로 가로질러 있는데 석유는 벨로루시를, 가스는 우크라이나를 주로 통과한다. 표면적으론 러시아와 이들 국가간의 최대 쟁점은 가격문제.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는 현재 1,000㎥ 당 130달러에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데 이는 러시아가 요구하는 가격 23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물론 130달러도 지난해의 95달러보다도 37% 인상된 것으로 우크라이나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거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러시아는 구성 공화국에 아주 싼값에 에너지를 공급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도 이제 별개 국가가 됐기 때문에 국제시장 가격을 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