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웰컴 홈 백남준"

18일 봉은사서 49재 열려<br>전위적 퍼포먼스로 고인 추모

고 백남준의 장조카이자 뉴욕 백남준 스튜디오의 디렉터인 하쿠다 켄씨가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백씨의 작품 ‘내 손’을 헌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스터 백. 고국에 영원히 돌아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별한 그의 영혼을 마지막으로 한 번 붙잡는다. 그리고 다음 세상에서의 인연을 기다릴 차례다. 그를 떠나 보냈던 지난달 3일 미국 뉴욕에서의 장례식에서 그 유명한 넥타이 자르기로 마지막 퍼포먼스를 치른 지 정확히 7주만이다. 오는 18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리는 고 백남준의 49재 행사다. 20세기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연 그인 만큼, 그의 추모행사 역시 세상을 놀랠 만한 퍼포먼스로 마련된다. “아티스트 백남준은 결코 조용한 추모행사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카 하쿠다 켄의 말대로 그의 49재 추모행사는 백씨의 영혼이 세상에 남길 마지막 예술세계로 펼쳐진다. 49재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일 일시 방한한 백남준의 장조카이자 뉴욕 백남준 스튜디오의 디렉터 하쿠다 켄씨는 49재 준비팀과 마련한 퍼포먼스 ‘웰컴 홈 백남준’의 내용을 5일 공개했다. 18일 오후 5시 30분부터 진행되는 추모행사에선 바이올린을 부수고, 피아노를 뒤엎고, 마당 한 가운데에서 작두타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일반 관객이 어우러지는 질펀한 놀이판이 펼쳐진다.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면, 여성 무속인 이모씨의 작두타기 공연이 시작된다. 무속인은 작두타기 후 흰 천을 길게 찢어 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만들고 관객들은 꽃을 던지며 고인의 넋을 위로한다. 상주 격인 하쿠다 켄과 백남준과 친분이 깊었던 존 핸허트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수석큐레이터의 추도사, 백남준 스튜디오의 백남준 관련 수필 공모전에서 입상한 초등학생의 수필 낭독 행사가 그 다음 순서다. 백남준이 생전에 퍼포먼스의 소재로 즐겨 사용했던 바이올린 부수기 행사가 이어져 하쿠다 켄, 핸허트 등이 바이올린을 관객 사이로 끌고 다니다 힘껏 내리쳐 부순다. 마지막으로 무대 한쪽에 놓인 피아노 옆에는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1988)을 본뜬 촛불 조형탑이 만들어지고, 피아노를 뒤엎고 촛불탑을 불태우는 순서로 49재 행사가 마무리된다. 한편 하쿠다 켄은 49재를 맞아 백남준의 2004년 작품 ‘내 손’과 백남준이 서명한 마지막 작품 ‘엄마’는 49재때 공개한 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내 손’은 백씨가 한국에서 산 인주를 오른 손바닥에 가득 묻혀 하얀 캔버스에 찍은 작품이다. 또 ‘엄마’는 19세기 한국인들이 즐겨입던 살굿빛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오브제로, 한복 치맛자락에 고민이 서명한 작품이다. 켄은 “비록 중풍으로 그의 왼쪽 몸은 마비됐지만 오른손만큼은 고인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즐겨 썼던 손이자 영혼이 담긴 손”이라며 “49재까지 고인을 아꼈던 한국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꼭 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준비팀 측은 백남준의 49재 행사에 부인 구보타 시게코씨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당분간 국내에서 고인의 전시회 일정은 없다고 밝히며 올 9월 고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진 독일 하노버에서 전시를 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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