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3/기업 「군살빼기」 통해 초일류 변신(경제를 살리자)

◎IBM·보잉 등 30%이상 감원… 적대적 M&A도 성행지난 63년 당시 IBM 회장이었던 톰 왓슨이 컬럼비아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그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면서 『20세기초의 25대 기업중에서 남아있는 회사는 두개(GE와 US스틸)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IBM은 미래정보산업의 선두주자였고 72년 포천지 선정 1위에 올라섰다. 그러던 IBM이 92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IBM뿐 아니라 72년 랭킹 4위였던 GM, 6위였던 시어스 로벅도 90년대초 모두 20위권밖으로 추락했다. 세 마리 공룡이 모두 디룩디룩 살이 찐 채 뒤뚱거리고 있었다. 90년대들어 미국의 공룡기업들은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인력감축)을 단행했다. IBM은 전체 직원의 35%에 해당하는 2만2천명, GM은 29%인 9만9천명, 시어스 로벅은 15%인 5만명의 종업원을 잘라냈다. 보잉에서는 35%에 해당하는 6만1천명, AT&T에선 12만3천명(30%)의 근로자가 직장을 떠나야 했다. 다운사이징으로 비용을 절감한 공룡기업들은 경쟁력을 회복, 순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GM은 지난해 포천지 선정 1위·IBM은 6위·시어스 로벅은 17위를 각각 기록, 모두 2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90년대들어 미국기업들은 엄청난 변신의 노력을 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살점을 깎아내는 대대적인 정리해고는 물론 어제까지 경쟁관계에 있던 기업과 합병하거나 제휴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16일 펜타곤의 차세대전투기사업자 선정에서 맥도널 더글러스(MD)는 록히드 마틴과 보잉에 물을 먹고 탈락했다. 전투기 제작업체인 MD는 냉전 종식 이후 가뜩이나 군수물자 발주가 줄어든 터에 7천5백억달러나 되는 막대한 사업에서 탈락했으니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민항기 제작업체인 보잉은 차세대전투기사업을 위해 전투기 제작기술이 필요했다. 그로부터 한달후인 12월16일 보잉과 MD는 합병을 공식발표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회사는 이제 동지가 되어 세계 시장에 나서게 됐고 그 바람에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궁지에 몰리게 됐다. 80년대 미국의 기업인수 및 합병(M&A)은 「기업사냥」이라고 불리는 적대적 성격을 띠었지만 90년대의 M&A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미국내 랭킹 4위인 케미컬 은행과 6위인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합병은 미국 기업에서 성행하는 M&A의 성격을 대변한다. 규모가 큰 케미컬 은행이 체이스 맨해튼 은행을 인수한 형식이었지만 상호는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인수자의 것보다 지명도가 높은 피인수자의 것을 택했다. 그리고 6백여개의 지점 중 1백여개가 문을 닫았고 직원 1만2천명을 해고했다. 90년대 미국기업의 경영합리화노력 가운데 업종전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회사들은 금융자회사를 매각 처분했고 시어스 로벅도 올스테이트 보험을 분할, 정리했다. 과거 사업다각화란 명분으로 방만하게 늘려놓은 부실 자회사를 대거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를 전문화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공룡들은 다운사이징, 합병 및 인수, 기업분할 등 자기혁신과 변신의 노력을 통해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나가고 있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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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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