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세수증가와 기업경영

며칠 전 신문을 읽다 보니 올해 징세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금년 상반기 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원 이상 증가했고 연간으로는 20조원 이상 증가한 15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 소식을 접한 많은 기업인들은 ‘이번 세수확대가 과세당국의 지나친 징세행정의 결과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경제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도 ‘기업의 조세부담 증가가 세수확대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수증가의 원인이 무리한 징수때문이 아니라 국세법령정보시스템 구축, 납세자 성실납부 유도 등 납세행정의 개선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국세환경도 많이 변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국세청의 전반적인 업무 개선과 관련하여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우선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줄었다는 것이다. 사실 세무조사만큼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것도 없다. 세무조사를 한번 받게 되면 잘못이 있든 없든 기업은 관련자료 준비에 많은 인력이 매달리게 돼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영향을 받게 된다. 다행히 지난해 세무조사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13.5%나 감소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세무조사가 축소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금년에 세수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국세청이 새로운 세원을 개척하고 과세인프라를 확충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국세청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하에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 과세인프라를 확충하고 숨겨진 세원을 발굴하는 노력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화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국세청의 적극적인 노력도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세청이 납세자의 성실한 자진납부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에 힘쓴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현실을 무시한 실적위주의 무리한 과세는 세무조사만큼이나 납세자에게 큰 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징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국세청은 국세법령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자진납부 실적을 늘릴 수 있었고 그 결과 자진납부 비중이 이번 세수증가액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높아지는 성과를 가져왔다. 사실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국가경제와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세수가 증가하면 국가재정이 튼튼해지고 이 세금이 도로ㆍ철도ㆍ항만 등 기업 활동과 밀접한 기반시설 투자에 활용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투자가 활성화되고 다시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구조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국세행정이 우리 경제 및 기업과의 선순환 고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측면에서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 먼저 기업의 세무조사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 줘야 한다. 고의적인 탈세자는 조사를 강화해야겠지만 성실사업자에 대해서는 현행 3년인 세무조사 유예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 줄 필요가 있다. 또 지금 30년 이상 지방에서 사업을 해 온 향토기업에 대해 3년 동안 세무조사를 유예해주고 있는데 이를 수도권을 포괄한 향토기업으로 확대하고 그 기간도 5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아울러 성실납세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한다. 현재 기업이 부득이하게 세금납부 기한을 연장받을 때 납세액에 상당하는 만큼 국세청에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성실기업의 경우 납세액의 일정액에 대해서는 담보를 면제해 주고 있는데 이 담보면제 규모를 점차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개인의 세금납부 실적에 따라 등급을 매겨 납기연장, 징수유예 등의 각종 혜택을 주는 세금포인트 제도를 개인납세자뿐만 아니라 성실한 기업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도 국세청이 추진하는 ‘따뜻한 세정’ ‘투명한 세정’ 등 세정혁신이 지속돼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선진 조세환경이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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