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뉴욕 증권거래소(NYSE) 등 종래의 증권거래소들이 새로운 전자통신망(ECN) 거래소에 의해 대체될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그 결과 이들 전통적인 거래소가 전자거래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든지, 「양자 택일」을 강요당하는 가혹한 미래 앞에 놓여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객장에서 고객들을 호객하던 전통적인 증권거래 산업의 「위기」인 셈이다.
있는 듯 마는 듯 하던 세계적 증권거래소들은 최근 들어 생존을 향한 변신에 몸부림치고 있다. 세계 1, 2위 증권거래소인 미 NYSE와 나스닥(NASDAQ)이 주식회사 전환을 발표한데다 똑같이 회원사들로 운영되던 세계 3위의 런던증권거래소(LSE)도 이 대열에 동참키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들보다 훨씬 싸게 주식거래를 연결해 주는 전자통신망(ECN)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 노력인 셈이다.
하지만 외부적 위협과 함께 회원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주요 의사결정이 늦고 보수 일변도인 점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와 뉴욕상품거래소간 합병 무산, 새로운 거래시스템 채택 및 경영권 소유를 둘러싸고 이견이 심했던 런던증권거래소와 독일 증권거래소 사이의 제휴 무산 등에서 보듯, 변신 노력마저도 실패로 귀착됐다.
반면 이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ECN들은 주식거래 시장의 성격마저 바꾸는 엄청난 폭발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 주식만을 주로 다루는 ECN은 증권거래소의 대부인 NYSE를 차기 공략대상으로 설정해두고 있고 나아가 아예 전자 증권거래소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더욱이 이들 ECN 뒤에는 골드만 삭스 같은 세계 대형 투자은행이나 펀드관리회사들이 버티고 있다. ECN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골드만 삭스의 경우 ECN인 아치펠라고, 온라인 투자은행인 위트 캐피털, 대규모 기관투자자용 증권시장인 옵티마크, 유럽판 나스닥인 E 아스닥에 투자하고 있다. 또 메릴린치와 메드오프 증권과 합작, 전자거래 시스템인 프리멕스도 만들었고 지난 달에는 선물브로커 회사인 휼 그룹마저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은 NYSE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이코노미스트는 미래의 불확실한 윤곽에 대응, 이들 투자회사들은 가능한 한 많은 둥지에 알을 낳아 부화를 기다리는 모습인 반면, 증권거래소들은 단 하나의 둥지라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회원들의 조합체에서 주식회사로 전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더라도 결코 편안한 안식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가 예견한 「증권거래소 산업의 미래」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