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을유년 희망 보고서

정인권 <한국공업 대표>

‘뜻이 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는 공격한다’는 뜻의 당동벌이(黨同伐異)가 2004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뽑혔다. 그 뒤를 지리멸렬, 이전투구, 진퇴양난, 이판사판 등이 잇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난, 제2의 IMF라 불릴 정도로 침체된 경제 상황 등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도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청년실업만 50만 명이라고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제조업 특성상 서울에서 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우수한 인재를 뽑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원자재비와 물류비 등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의 공장 이전이다. 비용절감 효과는 있지만, 제품 수준을 맞추기 위한 관리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면,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새로운 개발 아이디어와 컨셉만 제시한 채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새해가 되면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지원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 촉진을 위한 자금 지원계획 등이 발표됐다. 넘기 힘든 은행문을 통하지 않고 직접 대출을 받는 정책자금이 대폭 증가했다.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 중소기업의 대출 받기가 한층 쉬워질 전망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지원도 확대되면 그만큼 경영환경은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중소기업인의 마음자세와 결합될 때 진정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얼마 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절반이 넘는(53.5%) 중소기업 CEO들이 기업 경영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고 답했다. 25.7%가 경영에 만족한다고 응답, 중소기업 CEO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을유(乙酉)년 새해, 가장 먼저 새벽을 알리는 닭처럼 부지런하고 힘차게 2005년을 시작하고자 한다. 희망을 갑옷으로 열정을 방패 삼아 말이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바로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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