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점화 되는 오일쇼크] <1> 지정학적 위기, 석유시장 강타

"유가 100弗시대 현실화 될 수 있다"<br>이란 "경제 제재땐 걸프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br>나이지리아·남미도 지정학적 불안 갈수록 고조<br>OPEC선 인플레 등 영향 감산 논의 '설상가상'

이란 핵 문제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았다. 이 여파로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긴박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로이터뉴시스

이란 핵 문제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았다. 이 여파로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긴박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로이터뉴시스

이란 핵 문제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았다. 이 여파로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긴박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로이터뉴시스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 협상 대표는 최근 “경제제재가 이뤄지면 우리는 플랜B(대결)로 옮겨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랜B란 걸프만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세계 1일 원유 물동량은 4,500만배럴로 3분의1에 해당하는 1,600만배럴이 이곳을 통과한다. 특히 중동 석유(우리 수입량의 80%)는 거의 대부분이 이곳을 거친다. 해협 봉쇄가 가져올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란뿐만 아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정정불안으로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베네수엘라 등 남미 산유국도 좌파정권이 잇따라 장악하면서 남미 최대 석유 수입국인 미국과 대립의 싹을 키우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는 카트리나처럼 이미 세계 석유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설상가상일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고유가 상황 속에서도 인구증가ㆍ인플레이션 등에 의해 실질 석유 수입금이 줄자 감산 주장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공급이라도 줄어야 하는데 에너지 블랙홀인 중국은 석유 확보에 사활을 거는 등 유가 환경만 놓고 보면 전세계는 불안 그 자체다. 캘리포니아 엑셀퓨처의 마크 왜고너 사장은 “유가 100달러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작금의 세계 정세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자원 무기화, 지정학적 불안은 더 커지고=이란ㆍ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들어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면서 석유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간 대립이 합의점을 찾기 힘든 구조로 돼가고 있다. 오는 2월 초에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이란 핵 문제가 UN 안보리에 회부될 가능성을 당장 예단하기는 힘드나 설령 무사히 넘어간다 해도 이란 사태는 이미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문제가 아주 복잡해지고 있다. 남미의 좌파정권 확산도 원유시장에는 불안요소다. 하루에 250만배럴을 생산하는 베네수엘라 등 남미 산유국들은 지정학적 요건상 석유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수출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남미 좌파 정권간의 대립은 현재 표면화되고 있다. 자원 무기화 등의 이유로 남미 정권이 미국에 액션을 취하게 되면 그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중 하나인 미국이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전세계 석유시장도 혼란에 빠지게 된다. ◇OPEC은 감산 논의하고 헤지펀드 노출된 원유시장=OPEC은 31일 비엔나에서 회의를 갖는다. 내용은 감산 여부다. 이란 사태 등으로 감산이 결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OPEC은 석유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2001~2005년 OPEC 연평균 석유 수입금은 2,901억달러. 90년대보다 70% 가량 높은 수준이나 인구 증가, 인플레이션 등으로 1인당 수입금은 70~80년대 최고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 겉으로는 돈을 많이 벌었지만 1인당 수입금은 2005년 844달러로 80년도의 45%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가의 채무도 적지않다. 결국 감산은 언제 단행하는가의 문제라는 게 유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세계가 불안하다 보니 헤지펀드가 원유시장에서 조금만 장난을 쳐도 유가는 급등하게 된다. 석유공사 분석에 따르면 원유시장에 유입된 헤지펀드 규모는 500억~600억달러. 미 주식시장 불안으로 헤지펀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가 100달러 현실화되나=한국석유공사와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의 최신 자료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일찌감치 예언했다. 공급은 불안한데 석유 수요는 미국ㆍ중국 등을 중심으로 2.4% 정도 급등할 것이라는 게 주요 이유다. 더 암울한 전망도 있다. 데이비드 골드윈 전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석유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수요를 고려해볼 때 국제유가는 배럴당 80~95달러나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의 100달러 시대다. 때문에 시장에는 유가 100달러 시나리오가 즐비하게 퍼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고유가에 내성을 가졌다 해도 배럴당 100달러는 상당한 충격파를 안겨다줄 것이 뻔하다. 물가상승과 고유가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리인상 등이 겹치면서 그나마 움트던 경제회복의 싹도 사라지게 될 운명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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