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2만弗시대 IT가 연다 <1-3>] 삼성전자 93년 출시 'SH-700'

휴대폰=모토롤러 등식깨고 국내시장 점유율 1위 견인

[2만弗시대 IT가 연다 ] 삼성전자 93년 출시 'SH-700' 휴대폰=모토롤러 등식깨고 국내시장 점유율 1위 견인 “모, 모토롤러를 제쳤다… 1등이다…!” 7월 시장점유율 보고서를 받아든 애니콜 마케팅팀 직원이 숨이 막히는 듯 중얼거렸다. 순식간에 주위로 모여든 동료들이 앞다퉈 보고서의 숫자들을 더듬었다. 삼성전자 52%, 모토롤러 46%.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터져나온 환호성이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95년 8월,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던 거함 모토롤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준 순간이었다. 91년부터 14년째 애니콜 마케팅을 담당해 ‘미스터 애니콜’로 불리는 조진호 삼성전자 상무는 당시의 감격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모토롤러는 넘볼 수 없는 난공불락이었습니다. 우리가 모토롤러를 무너뜨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죠. 얼마나 신바람들이 났는지 그 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수박을 잔뜩 사들고 공장에 찾아갔습니다. 좋은 제품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구요.”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 지난 89년. 휴대폰이 일부 특수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때에 일찌감치 국내시장을 파고든 모토롤러는 90년대 초까지 70% 이상의 점유율로 힘차게 질주했다.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각인된 ‘휴대폰=모토롤러’라는 등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국내 최대 업체라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0% 남짓에 머물러 있었다. 기회는 93년에 찾아왔다. ‘SH-700’이라고 이름 붙여진, 처음으로 제품다운 제품이 나왔다. 시장점유율이 15%로 껑충 뛰었다. 탄력을 받은 휴대폰 사업부는 삼성 휴대폰의 브랜드를 공모에 부쳤다. 전국에서 5,000여건의 제안이 쏟아졌지만 눈이 번쩍 뜨일만한 이름은 없었다. 이때 사업부장이던 오정환 전무가 불쑥 “애니텔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상표권 조사를 했더니 독점적 사용은 곤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벌이던 중 누군가 ‘애니콜’을 불렀고,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이제부터 우리가 키워가면 되지”라던 생소한 브랜드 애니콜은 이듬해 모토롤러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2년후 모토롤러의 전성시대는 점유율 ‘0’으로 마감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애니콜은 30억달러의 가치를 가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입력시간 : 2004-07-0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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