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가 긴축을 위해 산하 공공기관 공사발주마저 줄이자 건설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9일 인천시와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 등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인천지역 종합건설업체 가운데 폐업을 신고한 업체는 모두 38개다. 타 지방으로 옮긴 건설업체 39개까지 포함하면 작년에만 77개 건설업체가 인천지역에서 증발된 셈이다.
기간을 최근 3년간으로 늘리면 폐업 건설사들은 더욱 많아 진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등록을 말소하거나 폐업을 신고한 건설업체는 모두 140개에 달하고, 외지로 옮겨간 업체는 107곳에 달한다. 최근 3년간 247개 업체가 폐업이나 인천을 떠난 것인데 매년 82개, 매달 7개 건설업체가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지역의 건설업체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가 공공발주를 축소하며서 일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감이 있어도 입찰 경쟁에서 도태한 건설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짐을 싸는 것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해 발주된 100억원 이상 공공기관 발주액은 2조2,347억원에 달했다. 건수로는 25건이다. 그러나 정부산하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가 각각 발주한 공사금액인 1조30억원(5건)과 4,320억원(2건)등 1조4,350억원(7건)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인천시와 경제자유구역청, 인천도시공사 등 시 산하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는 18건에 7,997억원에 그친다. 이는 2012년 발주액인 1조5,310억원(45건)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2011년 3조447억원(50건)과 비교하면 건설업체들이 체감하는 물량 급감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 곳간이 빈 인천시는 본청 공사발주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시 본청이 발주한 공사금액은 8,095억원에 달했지만, 2012년에는 2,551억원, 지난해에는 58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시 본청이 발주하는 공사도 대부분 신축이나 대형공사라기 보다 유지보수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사로 국한되다 보니 건수는 늘어났지만, 금액은 크게 낮아졌다. 본청 발주 공사건수가 연간 15건 안팎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난 해에는 최근 10년간 최대인 99건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580억원에 불과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경기마저 장기 침체되면서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건설업체 폐업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인천지역 공동주택 미분양 물량은 모두 4,375세대이며 이중 70%인 3,068세대가 송도·영종·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 관계자는 "지난 해 인천지역에서 공공발주 공사물량이 거의 없어 지역 건설업체들이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며 "특히 주택시장마저 침체가 장기화되자 도심권 재건축 조합을 관리하던 건설사들도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건설업체의 경우 궁여지책으로 건설공사 물량이 많이 쏟아지는 세종시로 주소지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건설공사 발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인천지역에 진출한 대형 건설업체들도 앞다퉈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내 도급순위 3위인 대우건설이 인천지사와 송도사업단을 폐쇄했다. 대우건설의 이같은 결정은 지역 건설업계에 적지않은 충격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앞서 도급순위 1,2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인천지사 사무실을 이미 폐쇄했다.
그나마 지역 건설업체들에게는 올해 하반기 예정인 민간투자사업(BTL)인 송도컨벤시아 2단계 공사가 유일한 위안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