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는 길

유병규<현대경제硏 상무>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경제부총리가 결정됐다. 시장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수장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만한 경력을 나름대로 갖춰왔다고 본다. 더구나 요즘 아주 오랜만에 국내 내수 부문에 훈훈한 봄기운이 돌고 있다. 연초에 고소득층의 지갑이 열리더니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지표가 갈수록 개선되는 양상이다. 투자선행지표들도 급속히 나아지고 있다. 주가는 단숨에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예상보다 빠른 내수 호조 분위기는 지난해 말의 비관적 경기전망을 이제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감도 낳고 있다. 문제는 유난히 길었던 엄동설한기의 잔설들이 여전히 여기저기 남아 있고 봄기운을 시샘하는 꽃샘 한파가 예고 없이 불어닥치고 있는 점이다. 서민들이나 중소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은 한동안 존속될 것이고 고용상황 악화로 가계 근로소득 증가율도 아직은 하락 추세인 것이다. 소비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로 소비할 여력이 생겨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내수의 봄이 확실히 오기 전까지 경제의 냉기를 가시는 역할을 유지해야 할 국내 수출도 수출경기 호조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과 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증가세가 약해지고 있어 우리 경제의 체감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여기에 느닷없이 원고(高)ㆍ고유가ㆍ고금리ㆍ북핵이라는 ‘4대 악재’가 발생해 경기회복 기운을 소멸시킬 것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고 원자재 비용이 오르는 한편 투자비와 부채상환 부담이 높아지는데 설상가상으로 대외신인도마저 추락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또다시 경기침체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의 어려움 속에서도 모처럼 돌고 있는 내수 경기의 화기(和氣)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상황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지나친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우리 경제에는 득이 될 게 없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연초에 경기회복 조짐이 강하게 나타나다 이후 급속한 경기침체기로 빠져들었음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원고와 고유가가 우리 경제를 당장 망가뜨릴 것처럼 여겨 그나마 살아나는 경제심리를 애써 훼손할 필요도 없겠다.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에는 부담이 되나 내수에는 득이 되는 측면이 있고 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을 상쇄하는 효과 등이 있음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경제 여건 변화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정부는 기존의 경기활성화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우선 가계 부문의 소비 여력이 생겨나기까지 정부는 내수회복의 불씨를 계속 지펴나가야 할 것이다. 조기 재정지출을 늘리고 종합투자계획도 만반의 준비를 해 당초 계획대로 적극 실행해야 한다. 투자심리 개선이 투자 증대로 이어지도록 기업 규제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원고ㆍ고유가ㆍ고금리의 3각 파고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우선 원화 환율의 절상 기조를 저지하는 것은 역부족이지만 환율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지속해야 할 것이다. 기업과 가계의 비용 부담이 추가적으로 늘지 않도록 금리상승 기조를 억제하는 금리 안정화정책도 유지돼야 한다. 원화 절상의 수입가격 하락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 국제 원자재가 상승에 의한 국내물가 불안 요인을 최소화하는 일 역시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정책 과제이다. 단기 정책 대응과 함께 우리 경제의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중장기적인 경제체질 강화 전략도 보다 구체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우리 경제의 중심주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다시금 가다듬어야 한다. 정부 정책에 의지하기에 앞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생존전략을 항시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 혁신과 성장의 원동력인 창의적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수익 원천을 확보하기 위한 모험적 투자를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경제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환율ㆍ유가ㆍ금리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의 불안정성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므로 모든 기업들은 ‘재무위험 관리시스템’과 같은 위기 관리 경영 능력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은 희망을 품고 경기 회복의 역풍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헤쳐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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