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소비침체로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 화물이 판로를 찾지 못해 컨테이너 터미널 야적장과 각 보세장치장에 쌓여가고 있다. 이 화물들은 의류ㆍ신발 등 대부분 소비재로 국내 소비시장 위축으로 판매가 불확실해지자 화주들이 찾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
8일 인천본부세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항을 통해 수입했지만 급속히 얼어붙은 국내 경기침체로 화주가 찾아가지 않는 ‘적체 화물(체화ㆍ滯貨)’이 최근 월 평균 70여건 이상 늘어나 골치를 썩이고 있다.
올 1~9월만 해도 월 평균 180건에 이르던 인천항 내 야적장의 적체 화물은 10월 270건, 11월 230건으로 평소보다 50~90건 늘어났다. 인천세관은 컨테이너 터미널 야적장의 경우 2개월, 항 밖 보세장치장은 6개월 이상 방치하면 적체 화물로 분류한다.
한국선주협회 인천지회는 “적체 화물이 증가하면서 1년 이상 야적장에 방치되는 악성 장기 체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천지방해양항만청과 인천항만공사ㆍ인천본부세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천지회의 한 관계자는 “일반 보세장치장이 대금 수납의 불확실성 때문에 야적을 기피하고 있다”며 “오갈 데 없는 악성 적체 화물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비좁은 인천항의 야적장 운영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인천항은 적체 화물이 느는 반면 부두에는 화물선의 유ㆍ출입이 급격히 줄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북항 동부제강 목재ㆍ잡화부두 개장으로 일부 화물의 체선ㆍ체화 현상이 사라진 것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물동량이 크게 줄어 하역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항만공사는 분석했다.
최근 내항 48개 선석 가운데 통상 28개 선석(58%)가량이 항상 비어 있다. 이는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던 1997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외항 묘박지(배가 내항에 들어오기 위해 임시 대기하는 곳)에 대기하는 선박도 18척으로 평상시 35척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안극환 인천항만공사 내항운영팀장은 “인천항 전체 화물의 60%가 수입 원자재인데 10월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올르자 곡물ㆍ철재ㆍ사료ㆍ원당 등 원자재 수입이 크게 줄어 인천항 전체 물동량이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전국 항만 가운데 유일하게 연평균 2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인천항의 컨테이너 처리량도 최근 들어 뚝 떨어졌다. 10월과 11월 두 달간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과 선광컨테이너터미널(SICT)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 이상, 1만 TEU(20피트 컨테이너 기준)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운영회사들은 올해 목표 200만TEU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고 지난해 처리했던 166만3,800TEU보다 8% 증가한 180만TEU만 넘겨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