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李회장 특유 화법… '상당한 성장'에 의미둬야"

삼성, 이건희 회장 '낙제…' 발언 긴급 진화 나서<br> 청와대 불편한 심기에 "잘했다는 뜻" 해명<br>이익공유제 발언엔 재계 "할말 했다" 지지<br>鄭위원장은 "토론하자"


청와대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언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이자 삼성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낙제는 면했다'라는 이 회장 발언이 특유의 화법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태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이익공유제 관련 발언은 재계로부터 "할말을 했다"는 지지를 얻으며 재계의 한목소리로 굳혀져 가고 있다. ◇'낙제' 발언은 이 회장 특유의 화법=이 회장은 지난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를 묻는 질문에 "계속 성장을 해왔으니 낙제점수는 아니겠죠.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해왔으니"라고 말했다. '흡족하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그는 "흡족하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즉각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경제계와 마찰을 빚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까봐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서운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 듣기 거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정부가 경제를 위해서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의외"라면서 "이 회장의 발언이 솔직히 불편하고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이 전해지자 삼성그룹은 '낙제' 발언은 이 회장의 독특한 화법이 불러온 오해라고 해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낙제점을 주면 안 되겠죠'라고 말한 것은 이 회장의 화법상 잘했다는 뜻"이라며 "이 회장은 평소에도 이런 화법을 잘 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 놓고 실적을 보고 받은 후에 '니는 낙제는 면하겠다'라고 하면 상당히 잘 했다. 승진대상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 같은 이 회장의 독특한 화법을 감안해볼 때 '낙제는 면했다'는 부분보다는 '과거 10년보다는 상당한 성장을 했다'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제는 오해, 하지만 이익공유제는 소신='낙제' 발언에 대해서는 긴급 해명을 했지만 이익공유제는 이 회장이 평소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 회장이 평소 느끼던 것을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그룹 역시 이 회장의 이익공유제 발언에 대해서는 '할 말을 했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는 어불성설이다"고 딱 잘라 말했다. A그룹 관계자는 "전경련이 해줄 말을 이 회장이 대신해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든다"며 "이 회장 말대로 이익공유제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사례"라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도 "재계가 하고 싶은 말을 재계의 수장인 이 회장이 대신 했다"며 "이익공유제가 실시될 경우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꺾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C그룹 관계자도 "기업의 최고 사회공헌은 이익을 내고 그것을 토대로 종업원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경제학의 기본인데 경제학의 대가 가운데 한 명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왜 이것을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이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솔직이 이 회장과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계가 이익공유제에 대해 떳떳하게 반대 입장을 밝힐 수 있게 됐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청와대도 이 회장의 이익공유제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는 정 위원장 개인의 의견이고 이에 대한 이 회장의 언급 역시 개인 의견"이라며 "청와대가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이 회장의 이익공유제 비판에 대해 이날 자료를 내고 "색깔론이나 이념 등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고 진지하고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재계나 정치권 어느 누구와도 만나 이익공유제의 본래 취지에 대해 진지하고 생산적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익공유제의 근간이 되는 성과배분제는 이미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며 "실제로 이익공유제를 제안하게 된 가장 직접적 계기가 바로 삼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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