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6월 18일] 캐주얼은 즐거운 '창조'다

노영주(제일모직삼성패션연구소 과장)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다. 기상청은 계속되는 기상이변으로 올해부터 장마예보를 중단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산업뿐 아니라 패션 스타일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베스트(vestㆍ소매가 없는 조끼)가 필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1~2년 전부터는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일명 ‘패션장화’가 잇(it)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변화를 바라보는 ‘융통성’과 ‘새로운 창조’라고 할 수 있다. 변화에 근거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유연한 자세는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유행시키고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남성복이 가장 대표적이다. 최근 남성복의 큰 트렌드는 ‘비즈니스 캐주얼’이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비즈니스 슈트가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 착장을 권장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T.P.O(TimeㆍPlaceㆍOccasion)를 고려한 편안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재킷을 기본으로 무리하게 튀지 않으면서 정장보다는 실용적이고 일반 캐주얼보다는 품위와 격식을 갖춘 복장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장기적으로 보면 단순한 착장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곧 생각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사실 지난 100여년이 넘는 기간 남성복을 대표해온 비즈니스 슈트는 진정한 ‘멋’과 입는 ‘즐거움’보다는 ‘그래야 한다’는 고정된 틀로 자리잡았다. 기업들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로 기존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지금까지 입어왔던 슈트의 품위와 격식은 유지하는 대신 캐주얼의 자유로운 사고로 태도의 변화, 종래에는 창의적인 조직 문화구축으로까지 이어진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단순히 회사의 방침이 바뀌어서 입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즐거움을 발견할 때이다. 슈트를 입는 마음으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필요할 때는 멋스러운 슈트를 입을 줄 아는 유연함이 어쩌면 요즘 같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태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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