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공무원도 우리처럼

국민이 공무원에게 바라는 것은 뭘까. ‘공무원이 일을 많이,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느끼도록 해주는 게 일반적인 답일 것이다. 필자가 공무원 초년병이었던 시절, 당시 상관이었던 분은 과제가 생기면 늘 퇴근 무렵 딱 한마디 하셨다. “싸!” 그러면 다같이 하던 일을 멈추고 주섬주섬 서류를 가방에 챙겨 근처 여관이나 호텔로 가서 밤을 새우는 게 다반사였다. 그때 그렇게 힘들게 일하며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구나’ ‘남들도 알아주겠지’ 하면서 보람을 느꼈고 그게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요즘 가끔 자문해볼 때가 있다. 그때 거의 날마다 밤을 새우며 했던 일들이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고 열심히 했다고 인정해주는 일이었을까를. 당시는 ‘그저 열심히 한다’가 더 중시됐던 시대였다. ‘불 안 꺼지는 청사’로 신문기사라도 나면 국민이 안심하고 공무원들이 뿌듯해하던 때였다. 물론 그 시대의 치열한 노력이 오늘날 디딤돌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공무원 조직의 주요 화두인 ‘성과평가’에 비춰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재미있는 퀴즈가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유형을 네 종류로 분류, 이를 조직에 가장 문제가 발생하는 순서로 열거하면? 머리는 나쁘고 부지런한, 머리도 나쁘고 게으른, 머리도 똑똑하고 부지런한, 머리는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진정으로 조직에 필요하며 구성원들이 성과를 내도록 촉진할 수 있는 사람이 일반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많은 공공기관에서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 성과평가 결과를 인사와 보수에 반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업무의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고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때 평가의 초점은 투입이 아닌 산출물과 결과다. 즉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는가가 아니라, 국민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했으며 실제로 편익을 낳았는지, 나라 전체로 봤을 때 어떤 이익을 창출했는지 등으로 따지는 것이다. 객관적이며 공정한 성과측정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성과평가시스템 도입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사기업이 시장에서 냉엄한 평가를 받는 것처럼 공기관도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생산품의 품질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이 공무원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부지런하지도 말 일이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뭔가를 보여주라는 것, 공무원들도 우리처럼 경쟁하면서 평가받도록 하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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