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로화, 존립기반 흔들린다

유로권이 출범 5개월만에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유로화를 지탱해온 단일 재정·금융정책이 무너지고 있는데다 실물경기도 침체 국면을 면치 못해 대외적인 신뢰마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각국의 경제 여건을 내세워 독자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갈등관계를 빚고 있어 내부 분열현상도 표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반영, 유로화는 27일 도쿄 시장에서 처음으로 1.05 달러 밑으로 떨어져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유로화는 26일 뉴욕 시장에서도 1.0443달러까지 급락했다. 특히 EU 재무장관 회의가 25일 이탈리아의 경제성장 침체를 이유로 이탈리아의 올해 재정 적자를 당초 목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2%보다 늘어난 2.4%까지 허용키로 결정,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유로화 출범에 최대 장애물로 부각됐던 각국의 재정 건전화를 달성한다는「안정화 협약」자체가 깨져버린 셈이다. 빔 디젠베르크 ECB총재는 이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이탈리아의 선례를 따른다면 유로화의 위상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쐐기를 박고 나섰지만 단지 희망 사항에 그칠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더욱이 유로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이미 최악의 경제상황을 보이고 있는데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요국들도 올해 재정적자 억제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형편이다. 유로권 11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2.2%로 당초 예상치(2.6%)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자체적인 금융정책 집행이 봉쇄된 상황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공요금 인하 등 비상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는 곧바로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빚고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 내부에서는 경기 침체를 탈피하자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져 ECB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유럽 11개국을 아우르는 단일 금융정책을 집행해야할 ECB는 25일 『금융정책은 일부 국가에 치우치지 말고 회원국 전부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스페인 등 일부 회원국들은 ECB가 각국의 특수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ECB의 단일 금융정책이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올라선 셈이다./정상범 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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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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