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7월 17일] "새들도 자살을 할까"

“새들도 자살을 할까” 최진자<서정시학 편집실장> 뒷산을 오르다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던 경쾌한 새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이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다. 봄이 되면 새들은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짝짓기의 수순인 듯하다. 딱따구리란 놈은 산란기에는 매일 나무에 구멍을 뚫는다. 딱딱딱 뚜르르르 여운은 목탁소리의 마무리음 같다. 저 놈들이 나무를 다 상하게 하는구나. 하지만 딱따구리가 제집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술이다. 집 주위에 서너 군데 구멍을 더 뚫어놓음으로써 침략자들에게 혼란을 주어 딱따구리 집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아주 지능적인 새이다. 흙 벼랑에 굴을 파서 사는 청호반새가 커다란 뱀을 잡아 나르고 감당하기 힘든 큰 개구리를 잡아 입에 꽉 물어 나른다. 청호반새의 부리는 머리의 세 배의 길이쯤 되는 것 같다. 몸통의 청색은 무척 밝고 기름을 바른 듯 윤기가 흐른다. 카메라를 줌인하여 셔터를 누른다. 렌즈 안에서 잠시 쉬는 청호반새를 확대하여 본다. 강인하게 보이던 부리는 노인들의 무좀 먹은 발톱처럼 거시시하며 상처투성이다. 새 등에는 흙이 묻어 있고, 깃도 고를 시간이 없었던지 부스스하다. 렌즈 안에 있던 청호반새는 삶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뱀을 잡으려 흙속을 파헤치고 개구리를 잡으러 물속으로 다이빙도 서슴치 않는다. 또한 천적을 만나면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방울의 적은 피를 가진 새로서는 삶의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저 새들도 자살을 할까. 왜 엉뚱한 의문이 생겼을까. 아마 그것은 잊을 만하면 이어지는 유명인들의 자살이나, 보도되지 않은 이러저러한 자살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민간에서는 자살한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무속인을 통해 자리걷이를 할 때 영혼과 소통하게 되는데 “왜 자살했어” “후회해. 옆에서 누구든 위로 한마디만 해 주었으면 자살하지 않았을 텐데”라든가 다리 위에서 투신하다가 난간에 잠시 매달릴 때 후회한다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에 단시를 옆에 써 놓고 할복하는 것이 무사정신이었던 때 남편 잃은 여자가 따라 죽으려 하자 썩은 시체에서 구더기가 바글대는 것을 보여주자 마음을 바꾸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렇듯 아무리 죽을 만큼 힘들었던 것도 순간적으로 바뀔 수 있다. 왜냐하면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절망, 슬픔, 분노, 괴로움, 후회 이 모든 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우리가 후회스러울 때도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죽고 나서의 후회도 한번 생각해 볼이다. 절망, 슬픔, 분노, 괴로움, 후회 이런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방법의 교육도 필요하다. 정말로 교육 중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교육일 것이다. 또한 가까운 곳에 항상 상담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어릴 적 여자의 일생 마지막 부분을 읽기 전에는 여자 주인공 잔이 불쌍하여 잠 못 이루던 날이 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인생이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라는 잔의 결론에 한 가지 생각에 치우쳤던 것에서 벗어나 몇 년은 자란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글귀는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인생철학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어려움이 주어지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의 무게라고 한다. 새들도 감당하고 사는데 인간이 되어서야 감당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죽을 만큼 힘들 때에는 오 분 만 쉬어 가고, 죽고 싶을 때도 오 분 만 참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오 분 만 삭히고, 괴로울 때는 위로 받을 수 있는 친구를 찾고, 후회스러울 때에는 그 일을 기억하는 것으로 다하자. 참을 수 없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옛말에도 참을 인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하지 않았는가 오 분 참는 습관으로 불행한 일을 피해 보자. 삶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실패 중의 실패이다. 길도 가지 말아야 할 길과 가야 할 길이 있듯이, 자살의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갈 방법도 있는 것이다. 오 분 동안 일어날 일들은 무수히 많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단 오 분 만이라도 참고 생각을 바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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