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학생과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 어느 쪽이 더 똑똑할까." 한 현직 판사가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의 수업을 비교한 장문의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유학 중인 서울중앙지법의 문유석 판사(36기)는 "운좋게도 두 학교를 모두 다녀볼 수 있었는데 '다를 것이 없기도 하지만 다르기도 하다'"며 두 학교 학생들을 비교평가했다. 우선 '머리'와 관련, 하버드대 학생들도 "별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문 판사의 판단이다. 그는 "생각보다 소위 총명한(brilliant) 애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솔직히 서울대 법대를 다닐 때(주위의 똑똑한 친구들을 보며)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라며 충격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간 편차와 관련해서는 서울대 학생들은 고르게 똑똑한 데 반해 하버드대는 격차가 심하다는 게 문 판사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그만큼 한국이 서울대를 정점으로 줄 세우기를 완벽하게 해왔고 미국은 하버드대 외에도 선택지가 풍부하니 한국만큼 한 대학에 몰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하버드대 학생들의 머리라고 별반 다를 게 없는 반면 학문적 풍토, 우수한 시스템, 교수들의 열정 등은 다르다는 게 문 판사의 평가다. 그는 "(교수가) 기본 개념을 간단히 정리해주고 실제 사례에 적용하면서 끊임 없이 새로운 의문점을 제기한다"며 "'세상에 이렇게 잘 가르치는 사람이 있을 수가'라는 감탄을 하면서 수업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정말 주저없이 말이 되든 안되든 질문을 많이 하고 교수는 참을성 있게 들어주면서 적절한 코멘트를 해주며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고 생각을 이어나가게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버드대가 좋은 학교이기는 하지만 하버드대 졸업만이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점에 가보면 '나는 이렇게 하버드 갔다'는 내용의 책이 잘 팔린다. 그러나 '가서 뭐 할건데'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 대학 간판만 얻고 나면 남은 인생은 자기 능력과 성실성에 대해 새로 증명할 필요가 없는 자유이용권 같은 것인가. 대학 교육을 활용해 무슨 일을 왜 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하버드 최고의 명교수로 꼽히는 한 교수에 대한 소개로 글을 마쳤다. 그 교수는 이름 없는 시골의 작은 학교 법대 출신이지만 강의를 열심히 하고 좋은 논문을 발표하면서 하버드대 교수가 됐다. 문 판사는 "그녀는 학생보다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강의를 한다. 또 그녀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자신의 주장을 사회에 펼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라며 노력의 목적의식과 가치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