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가포커스] 한국인, 한국경제를 믿어라

전 세계 증시 가운데 한국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동태를 관찰하는 시장이 없을 것이다. 주식 매도ㆍ매입 물량을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분류해 매일 집계, 발표하고, 외국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엿보며 투자하는 게 어느덧 한국의 투자 관행이 버렸다.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이 찾아와 주가를 올릴 때는 내심 좋아하다가 그들이 매도세로 돌아서 증시가 꺾어질 때는 외국인들이 증시를 좌지우지한다고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한국에 투자하는 뉴욕 월가 사람들은 다른 얘기를 한다. 얼마 전에 만난 월가 유수의 펀드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주가가 내려간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오르면 팔아버린다.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주식을 왜 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주식을 많이 팔았기 때문에 거래할 주식이 없다." 월가의 매니저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제시했다. 지난해 한국 증시의 전체 매매회전율은 599%이고, 이중 외국인의 회전율은 120%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전체 주식이 1년에 6번 거래됐는데, 외국인들은 1.2번 거래했다는 얘기다. 한국인들은 평균 40일, 외국인들은 300일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외국인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주식을 사는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한달을 참지 못하고 샀다 팔았다 하면서 시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한국 투자자들이 홈그라운드에서 외국인들보다 불안하게 단기투자에 매달리는 것일까. 우선 한국 사람들이 자국 증시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400에서 1,000 포인트 사이를 여러 차례 출렁거렸으니, 그럴 법한 일이다.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개혁을 통해 구조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은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도, 한국 투자자들은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달 들어 뉴욕 증시가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한국 주가도 많이 빠졌다. 뉴욕 월가 자본이 자국에서 발생한 신뢰의 위기로 인해 한국에 투자한 돈을 빼내갈 때, 한국 투자자들은 내 나라 경제를 얼마나 신용했던가. 증권시장이 외국인에게 놀아나고 있다고 한탄만 할게 아니라, 여의도 증시가 우리의 것이며, 그곳을 통해 한국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자존심, 즉 신뢰를 쌓아나갈 필요가 있다. 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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