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5000억원짜리 황당 백지어음 때문에…

"국책사업 투자" 유혹에 건넨 백지어음 결제 못해<br>대전 지난달 어음부도율 무려 37배나 치솟아

지난달 5,000억원짜리 백지어음이 부도 처리되면서 대전 지역의 어음부도율이 무려 37배나 치솟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매일 34조원씩 결제되는 어음시장이 한 장의 백지어음 때문에 혼란에 빠진 것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어음부도율 동향'을 보면 대전 어음부도율은 3.31%로 전달의 0.09%보다 3.22%포인트 폭등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6일 한 시중은행 대전둔산지점으로 5,000억원짜리 백지어음이 결제요구됐으나 한 아동의류 도매업체가 결제하지 못했다. 영세한 의류업체가 5,000억원 백지어음을 발행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금융당국이 사태를 파악한 결과 이 업체는 "국책사업에 투자하라"는 유혹에 넘어가 백지어음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백지어음은 주로 외상으로 물건을 거래하거나 돈을 빌려줄 때 담보용으로 받는다. 금액과 지급기일을 공란으로 두기 때문에 원하는 금액을 기입한 뒤 어음발행자가 거래하는 은행에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어음발행자가 돈을 빌리면서 담보용으로 백지어음을 건넸는데, 돈을 갚지 않자 홧김에 거액을 기입한 뒤 은행에 결제를 요구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백지어음 부도액을 빼면 지난달 어음부도율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다"며 "실제 거래에 따른 부도가 아니어서 기업자금 사정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부도업체 수는 134개로 전월보다 14개가 늘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16개, 제조업이 5개 증가한 반면 서비스업은 6개 감소했다. 신설법인 수도 5,583개로 전월보다 173개 감소했으며 부도법인 수에 대한 신설법인 수의 배율은 55.3배로 전월(72.0배)보다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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