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돈을 무기로 세계 장악 나선 그림자세력의 실체

■그림자 시장 (에릭 J.와이너 지음, 렌덤하우스 펴냄)<br>富의 축적·세력권 유지를 목적으로 한<br>부자나라와 거대한 투자집단의 결합체<br>세계시장 움직이는 '은밀한 거래' 폭로



세계금융시스템이 붕괴한 2008년 이후 경제계의 곤두박질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과 유럽의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이와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생겨났다. 특히 중국과 페르시아 만의 작은 산유국들은 여전히 상당한 부와 외화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자신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진짜 부자'라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았다. 그리하여 자신들의 지정학적 권력을 유지ㆍ장악하기 위해 자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패권 시대가 저물어가는 사이 지정학적 권력이 소리 없이 동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자본시장의 유동성은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같은 국제 금융 중심지의 다국적 은행들이 장악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을 대신해 막대한 부를 가진 '훨씬 거대한 뭔가'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바로 '그림자 시장(The Shadow Market)'이다. 세계시장을 분석하는 저널리스트로 현상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저자는 "그림자 시장은 물리적 실체가 아니며 본부나 거래소, 공식적인 리더십도 없다"며 "그것은 부와 지정학적 권력이 융합한 글로벌 결합체이자 눈에 보이지 않게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합체"라고 설명한다. 즉 그림자 시장은 서로 관련 없는 부자 나라들과 막대한 보유 자산으로 국제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각기 다른 목적의 투자자들의 집합체이다. 당연히 결속력은 약하다. 은밀하며 규제도 받지 않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력은 막강하다. 일례로 2009년 맥킨지 글로벌인스티튜트의 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2조 달러에 상당하는 자산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를 비롯한 페트로달러(petrodollarㆍ오일달러) 국가와 중국 등 부유한 아시아 국가, 그리고 헤지펀드와 비공개 투자펀드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림자 시장의 멤버들은 휘청거리던 시장에 충분한 자본을 공급함으로써 세계적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협력보다 자신들의 이익과 세력권 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때문에 두려움과 우려를 제기한다. 이들 그림자시장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 적대적이며, 돈을 무기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한다는 위협적인 사실 때문이다. 중국은 재정적 영향력을 무기로 인권 탄압 사실을 외교적으로 은폐해 왔다. 중동 국가들 역시 석유에 기반을 둔 부를 국제정치에 공공연히 이용해 왔다. 일례로 영국에 재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리비아는 유죄로 판결받은 테러리스트들을 석방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림자시장은 한국 경제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한국 경제는 미국과 밀접해 미국의 경제불안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만 미국의 위상이 달라진다면 한국과 그림자시장의 관계 역시 달라질 것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한국을 '경계해야 할 부자나라'로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그 예로 한국 기업인 대우가 마다가스카르 정부로부터 농토 절반의 면적을 90년간 임대받은 사실, 미국의 기업을 인수한 한국 대기업과 미국 시골도시의 경제를 살린 한국 제조업체들의 투자 등을 언급했다. 그림자시장의 발전이 좋은지 나쁜지 혹은 부당한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인지해야 할 사실은 이들이 엄연히 존재하며 우리가 대처해야 할 한 세력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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