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스크림3'

시드니(니브 캠벨)의 눈물 머금은 눈빛과 등장 인물들의 비명도 이제는 끝이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3편을 내놓으면서 “더 이상의 ‘스크림’은 없다” 고 못박았다. 물론 돈만 되면 손바닥 뒤집는 할리우드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질 것같다. 앞으로 관객들은 그의 영화에서 스크림(비명)을 지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스크림’은 애초 영화적 공식으로 출발했다. 공포영화의 공식과 관념을 변주하고 뒤집었고(1편), 능란하게 모방했다(2편). 그리고 ‘스크림 3’는 제 몸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복제하면서 시리즈를 종결한다.무대는 1, 2편의 내용으로 공포영화 ‘스탭 3’을 만드는 할리우드의 촬영 현장. 영화 속 영화에는 1, 2편의 등장인물을 맡은 비슷하게 생긴 배우들이 나오고, 그 배우들이 시나리오 순서대로 하나 둘 죽어가고, 시드니와 여기자 게일(커트니 콕스)과 보안관이었던 듀이(데이빗 아퀘트)가 사건 현장에 다시 모인다. 영화는 시드니 어머니의 과거 행적을 사건의 열쇠로 쥐고는 영화 속 영화와 현실을 넘나들며 둘 사이를 절묘하게 연결짓는다. 끝까지 범인을 알 수 없고, 과거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의 어두운 면을 풍자하고, 전편의 사실을 뒤집거나 3부작의 공식을 환기시키는 방식으로 속편의 한계를 극복해 간다. 그러나 이런 치밀함과 기발함에도 불구하고 “전편만한 속편 없다”의 속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전화통화로 시작하는 살인의 전주곡, 시드니에게는 유난히 약고 당황하는 범인의 슬랩스틱성 코미디, 예측가능한 살인순서, 공포를 위한 상투적 트릭(엉뚱하게 놀라고 나면 범인이 진짜 덥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정형화한 클라이막스와 반전. 감독만 영악해지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도 3편쯤 되면 이제 이런 것에 놀라지 않을만큼 진화한다. 29일 개봉. 이대현기자 입력시간 2000/04/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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