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이냐 몰락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현대자동차가 위기 탈출의 지침서로 삼는 기업이 일본의 도요타다.
정몽구 회장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현대차의 미래를 설명하는데 도요타는 빠지지 않는다.
현대차에서 도요타 얘기를 꺼내면 또 반드시 따라붙는 얘기가 있다.
바로 임금동결. 매년 1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도 최근 4년 연속 임금동결을 선언한 도요타 노조의 희생정신 혹은 노사협력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도요타=임금동결'로까지 통할 정도다.
물론 노사협력은 도요타가 세계 최정상의 자동차기업으로 우뚝 서는데 중요한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도요타의 성공에는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다른 이유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협력업체와의 상생이다.
도요타는 세계 최초로 1959년부터 협력업체의 원가절감 노력으로 얻어진 이익의일부를 다시 협력업체에 돌려주는 성과공유제를 시행해왔다.
또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져도 협력업체에까지 피해를 줄 수 없다며 협력업체 지급대금을 3개월어치는 지니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환율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지 우선 납품단가를 후려치려는 현대차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노사협력만 해도 그렇다.
전문가들은 도요타 노사협력의 배경에는 종신고용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직접 나서 "종업원 목을 자르려면 경영자가 할복하라"고말할 정도로 종업원의 평생 직장을 보장해준다.
그러다보니 종업원들은 `도요타는 내가 일할 힘이 있는 한 내 직장'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지금 당장보다는 10-20년 뒤를 내다보고사측에 협력하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됐다 싶으면 구조조정부터 하고 보는 우리 기업 환경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론 노조가 사사건건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발전의 저해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이는 노사 양측을 비롯한 우리 기업풍토 자체가바뀌어야 되는 것이지 `도요타를 배우자'고 아무리 외쳐봐야 헛구호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틈만 나면 도요타를 철저히 벤치마킹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렇다면 임금동결이라는 결과물에만 집착하지 말고 어떻게 그같은 협력이 가능했는지 그 배경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요타의 사례를 노조를 제압하는데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제2의 도요타'가 되겠다는 희망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