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아테네 해상제국을 통해 본 민주주의의 탄생

■완전한 승리, 바다의 지배자 (존 R. 헤일 지음, 다른세상 펴냄)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의 유산은 대부분 기원전 5~4세기에 형성된 것이다. 파르테논 신전과 그리스 희ㆍ비극, 철학자 소크라테스ㆍ플라톤ㆍ아리스토텔레스 등 그리스의 유산들 대부분이 이 시기에 출현했다. 특히 고대 그리스가 남긴 빛나는 유산 중 하나인 민주정치도 이때 무르익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분제가 엄격했던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힘은 무엇일까. 고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아테네 민주주의의 원동력을 아테네 해군에서 찾는다. 저자는 최초의 해상제국과 민주주의 탄생의 연관성을 파헤치기 위해 기원전 483년에 함대를 건설하면서 상승세를 타다가 기원전 322년 마케도니아에 패하기까지 이 기간 동안 벌어졌던 아테네 해상제국의 흥망성쇠를 그려낸다. 페르시아 전쟁 전까지만 해도 아테네는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에 뒤졌다. 하지만 기원전 5세기경 해군 함대를 조직하면서 전혀 새로운 국가로 변신하게 된다. 해상제국 서양문명의 뼈대를 만들어 내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특히 이런 업적들이 소수의 영웅이 아닌 다수인 대중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아테네 해군력은 여러 척의 '삼단노선'(三段櫓船)에서 비롯됐고 이 배에는 오직 아테네 시민만이 탑승할 수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함선도 노를 저을 시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아테네 해군력은 시민들의 힘에 의존해야 됐다. 아테네 시민들은 결국 계층을 막론하고 자유 의지에 따라 함선에 승선했고 그 속에서 평등한 방식으로 전투에 임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아테네 민회가 해전을 앞두고 뽑은 노잡이들은 자유민이었다. 이따금씩 도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할 때면 아테네의 모든 자유민 성인 남자들-빈부 격차, 내외국인, 말을 가진 귀족, 일반 노동자에 관계없이-이 삼단노선에 올라 노를 젓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힘이 커지면서 귀족층에 집중됐던 권력이 시민들에게 넘어가게 돼 민주주의 탄생의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저서 '정치학'에서 아테네의 본질을 '삼단노선에 기초한 민주주의'로 정의하며 "아테네 민주주의는 해군에 복무하고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민중들에 의해 강화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자는 아테네 해군을 통해 문명의 동력이 되고, 세계최초의 민주주의를 수립하고, 세계 최강의 해상제국으로 거듭난 아테네 역사를 소설처럼 풀어나간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아테네의 역사에는 영웅들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뼈아픈 패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로부터 배워나가는 태도 등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2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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