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국내 사망인구 4명중 1명은 암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평균 암 사망자가 162명에 달하는 것으로 최근 10년 동안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수그러들줄 모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1991년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자는 105.2명. 그러나 2001년에는 123.5명으로 10년 전보다 무려 18.3명(17.4%)이나 늘었다. 이 수치는 2001년 전체 사망자(24만3,000명)의 24.4%에 달하는 것으로 암 질환에 대한 정부의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암 질환 자체가 안고 있는 심각성과 더불어 간암의 경우 사회경제적인 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40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40대 남성의 전체 사망률은 같은 연령대의 여성보다 3배 이상 많다. 여기에다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9배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간암 발생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국내외 의학계는 이처럼 한국에서 간암 발생률이 높은 것은 B형 간염에 대한 당국의 불감증이 주원인으로 보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신우원(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간 질환과 간암은 우리나라 40대 남성 사망률 1위를 차지하면서 전체 인구사망률의 9%를 차지한”면서 “전 세계적으로 B형 간염 보유자는 3억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3억명의 간염 보유자 중 1억5,000만명~2억2,500만명이 급성 또는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으며 이들 환자 중 30%(5,000만명~7,500만명)가 간암의 초기 단계인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5~10%(1,500만명~3,000만명)는 간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삼성서울병원 백승운(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간암 발생률은 정상인의 100배”라면서 “간암발생 위험집단의 경우 간암 조기검진 권장안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한 전문의는 “최근 당뇨병ㆍ비만ㆍ골다공증 등 주로 선진국에서 문제시 되었던 질병들이 우리사회 여기 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 중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후진국 의료시스템에서나 볼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의 만연`으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B형 간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전문가집단 사이에는 한국이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체감`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간경화나 간암에 걸리고 나서야 질병의 원인이 B형 간염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수많은 바이러스 보유자들이 방기에 가깝도록 체계화 된 보호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B형 간염 환자들에게 건보기간을 평생 1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제도역시 당장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 `건보 재정흑자`에 기여할지 모른다. 그러나 질병의 특성상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상당수가 간경화나 간암으로 악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 예방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는 다소의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B형 간염 예방접종 수혜를 받은 25세 이하 연령층이 40대 이상이 될 경우 간경화나 간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요 환자군으로 지목되고 있는 25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간질환 예방ㆍ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시하는 방안도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B형 간염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질병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