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대판 노예처럼 사는 영국의 아프리카인

■ 로이터통신 보도 "브리티시 드림은 없다"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영국으로 이민 오는 아프리카인들은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고국에서 이미 대학을 졸업한 아프리카의 고학력 이민자들은 대부분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결국 주차요원, 운전기사, 행상, 경비요원, 간호사 같은하급직을 전전하며 쇠사슬은 없지만 노예나 다름없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이 백인사회에서 겪는 "직업상 격하"는 영국에 널리 퍼져 있는 흔한 현상이다. 런던 시티 대학 사회학과의 앨리스 블로흐 박사는 "사실상 유럽의 아프리카인들이 전체적인 영국인들에 비해 훨씬 더 우수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며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딴 학위는 유럽에서 고국과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블로흐 박사의 조사 결과 영국에서 거주하며 직장을 갖기 위해 이민 온 짐바브웨인 중 97%가 대학 수준의 학력을 갖고 있고, 43%는 대학 학위나 대학원 수료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영국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직업 교육을 다시 받거나 자신에게 맞는 숙련된 기술직을 찾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결국 많은 이민자들은 "너무 오래 영국에 머물지 않겠다. 당장 간호사로 일해 약간 돈을 벌어 고국에 보내겠다"고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블로흐 박사는 말했다. 사회학 학위를 받았고 현재 박사학위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출신 이이누사 그바다마시는 학력과 어울리지 않게 런던 시내에서 주차위반 딱지를 떼는 주차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바다마시는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이 상황을 일종의 새로운 노예제로 보고 있다"며 유럽연합 회원국 확대로 동구권 노동자들에게 영국 노동시장을 개방한 2004년이래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고달파졌다고 한탄했다. 그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돌아갔던 일자리들을 그들이 가져갔다"며 "여전히 흑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고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굳힌 그바다마시는 "나이지리아에서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고국은 고국"이라며 "유럽으로 온다는 꿈을 꾸며 시간과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동포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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