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쇠락하는 미국… "제국주의적 오만 버려라"

■ 어둠속의 코끼리, 팍스 아메리카나<br>엘리스 암스덴 지음, 모티브 펴냄<br>1980년대 이후 독단에 빠져 대외정책 잇달아 실패<br>지구온난화 문제등 협력적 자세로 공존공영 나서야


130여개국 700여개의 군 기지에, 전 세계 통용어를 갖고 선망의 대상인 패션과 문화의 중심이기도 한 미국. 하드파워(군사적인 영향력)와 소프트파워(문화적인 영향력)를 모두 갖고 있는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곤경에 처했다. 중국ㆍ인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거대 후발국가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미국의 영향력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MIT 정치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엘리스 암스덴의 이 같은 진단은 미국이 과거에 누렸던 존경과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의 원제목 '제국주의 탈출(Escape from Empire)'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미국의 위기는 100여년간 제국주의적 방식으로 펼쳐온 대외정책이 막다른 길에 도달했으며, 그 해결책은 제국주의의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저자는 미국의 제국주의 기간을 두 시기로 구분한다. 첫번째 시기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안정기에 접어든 1950년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30년간이었으며, 두번째 시기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한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말한다. 첫번째 시기에는 전 세계가 공동의 번영이라는 전성기를 누렸으나, 1980년을 기점으로 미 제국의 전통적인 처방은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1980년 이전까지 미국은 지식ㆍ독창성ㆍ실험정신 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며 정책을 펼쳤으나, 두번째 시기에는 점차 독단에 빠져 '파자마 나라'라며 무시했던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를 하고, 경제적으로는 한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과의 경쟁에서 좌절을 맛보게 됐다. 또 잇따른 대중동 정책의 실패로 외교정책에 무리수를 뒀으며, 미국 경제에도 큰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오만은 198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펼친 피상적인 경제적 문화적 원조에도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제 3세계 국가의 교육적인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경제적인 원조를 할 때도 기술력은 제공하지 않는 '절름발이' 원조였다고 말한다. 미국은 이제 전통적인 영향력이 통하지 않자 세계화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모든 시장은 자유롭고 모든 국가가 개방해야 한다'며 개발도상국을 옥죄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한다. 나쁜 것은 빨리 배우는 법.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의 경제개발 방식을 모방해 세계 경제에 악순환을 불러왔다고 저자는 미 정부를 맹공격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의 경제적인 발전을 간과한 것도 미국 정부의 큰 실수라고 강조한다. 권력과 돈을 모두 쥐고 있는 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난한 머슴이 자기만큼 부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하지만, 저자는 세계의 공존공영을 위해서는 가진 자(미국)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 최고국가로서의 권좌는 내 놓을 수 밖에 없다는 것. "미국은 자신의 대외 경제정책을 바꾸고 두번째 제국을 넘어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구 온난화와 같이 이제는 모든 것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 해결책을 찾기위해서는 책임감을 갖고 협력하고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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