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6일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구도` `시민혁명` 발언과 관련, 노 대통령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과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선거관련 발언이 선관위와 검찰의 조사선상에 오르게 돼 정국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됐다.
한나라당은 대검과 선관위에 각각 제출한 고발장에서 노 대통령이 지난 19일 노사모 등이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서 “시민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다시 한번 나서달라”, “1급수가 없으면 2급수를 찾자”면서 사실상 열린우리당 후보를 당선되게 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노 대통령이 지난 24일 총선출마를 위해 사퇴한 청와대 비서진들과의 오찬자리에서 “민주당을 찍어주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특정 정당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재오 사무총장겸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한마디 하고, 이에 대해 야당이 법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래가선 안된다”며 “한나라당은 이런 식의 정국운영을 오래 방기할 수 없다”고 말해 고발조치와 함께 강력한 대여투쟁을 병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숨소리까지 정쟁거리로 삼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갓 정계에 도전하는 정치지망생들에게 현 정치상황에 대한 격려차원의 사적 방담을 갖고 계속 정쟁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그만두고 출마할 때 열심히 싸우라고 격려할 수 있는 이치와 마찬가지”라면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양심과 표현의 자유 등 국민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선거관리를 공정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관련사항을 검토하고 입장을 표명해 주기 바란다"고 선관위의 자진 조사 착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잘 알겠다”고 말했고, 배석한 임좌순 선관위 사무총장은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