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 35분 부산상공회의소 선물거래소 개장식장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전산시스템 점등 버튼을 누르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파상상품시대가 개막됐다.전세계적으로 파상상품거래소는 30개국에 84개소가 있다. 한국은 이날 부산선물거래소가 개장하므로써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됐다.
선물거래소 개장으로 우리나라는 국제 금융질서의 커다란 조류인 「파생금융시장」의 일원이 됐으며 기업, 금융기관들은 금리, 환율등 기본적인 경제지표의 변동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게 됐다.
선물거래소는 원-달러환율선물·옵션, CD금리선물, 금(金)선물을 거래한다. 이들 상품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의 밑바탕이 되는 경제지표다. 금융기관들도 선물거래를 통해 환율변동등의 위험을 값싸게 헤지할 수 있게 됐다.
선물거래소가 개장되기 전까지 국내 기업들은 역외선물환시장(NDF)를 통해, 환율변동 위험을 관리해왔다. 이제 선물거래소가 개장되므로써 저렴한 수수료로 체계적인 위험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수출입업체들은 대금수수의 시차에서 발생하는 환율변동에 거의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어렵게 수출을 해놓고도 정작 수출대금을 받는 시점에 환율이 급변, 손실을 입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원-달러선물 거래를 활용하면 미래의 환율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한 환율로 수출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
선물거래의 중요한 기능중 하나는 가격예측이다.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경제지표의 작은 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미래의 가격변동을 예측하므써 현재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가 선물시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환율선물 가격의 변동을 보고 미래의 환율을 어느정도 예측, 외환위기의 충격을 상당부문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물시장에는 국내 기업, 금융기관외에 외국의 기업과 투자자들도 참여, 외국투자자들이 보는 국내 금융, 경제환경의 변동을 읽을 수 있으며 이는 현물시장의 효율적인 가격결정에 기여하게 된다.
아울러 환율, 금리의 변동성을 줄여, 원화가치와 금리의 안정을 꾀할 수도 있다.
이날 개장식에 참석한 金대통령은 『선물거래소를 부산에 유치하므로써 부산이 무역도시에서 동북아의 금융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선물거래소가 있는 도시들은 국제적인 금융거래의 중심지로서 부상,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 선물거래소의 회원사가 늘어나고 외국회원사를 받아들이게 되면 부산선물거래소는 한국 금융의 중심지로서 나아가 동북아의 금융중심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선물거래소는 앞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거래범위를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선물거래소 회원사는 11개사 불과하다. 당분간 거래규모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은행들은 한번에 10억달러정도의 선물매도·매수주문을 내는 일이 흔하다.
선물거래소가 이같은 주문을 소화할 정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거래안정성, 결제능력, 다양한 상품개발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가 세계 수준으로 향상돼야 한다.
주가지수선물 이관문제도 풀어야할 과제이다. / 부산=정명수 기자 ILIGHT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