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조짐에 이상이 없다"는 정부의 거듭된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크게 못미친 2월 산업활동동향 발표를 계기로 올초부터 시장을 달궜던 경기반등과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아직 비관론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간 시장 지수에 선(先)반영됐던 기대가 다소 빨랐으며 내수회복 속도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을 수도 있어 수출 증가율 감소를 내수 혼자 힘으로 메우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간의 조정장세의 요인을 주로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수급적 요인에서 찾던시장에 '내수반등 속도조절론'까지 가세하자 30일 오전시장은 950선마저 흔들리며 이틀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 "경기 하향이탈은 아니지만.."
29일 발표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이 작년 동월대비 7.3% 줄어들며 21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도.소매판매도 8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수출 증가율도 0.8%에 그쳐 4년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며 경상수지 흑자가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10억1천만 달러에 그쳤고 설비투자 역시 3.6% 감소했다.
시장약세를 심화시킨 실물지표 악화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동양종금증권 이동수 금융시장팀장은 "설연휴 앞뒤에 기업들이 조업을 추가중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2월 산업활동 결과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고 주요 지표들이 눈에 띄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비관론이 확대될 여지가 있으나 2월 지표악화는 통계상의 일시적 착시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시장의 대세는 역시 시장의 기대감이 다소 성급했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삼성증권은 "2월 산업생산의 감소원인은 조업일수 감소외에도 수출출하 부진을내수가 흡수하지 못했기때문"이라며 "내수부문의 회복은 시작됐으나 속도는 시장 기대에 비해 완만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2.4분기에나 저점에도달할 것이라는 기존 견해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동원증권 고유선 선임연구원도 "조업일수를 감안해 일평균 생산량을 측정해보면경기가 추세를 이탈해 추가 급락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도 "실제 내수회복은 심리회복에 비해 뒤쳐져 있으며 소비회복세도 각 부문별로 확산되지 못해 낙폭을 줄여가는데 만족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달 경기 및 내수지표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 연구원은 "정부 발표 백화점,할인점 매출추이를 감안할 때 전체 소매매출은 증가하겠지만 소비회복이 확산되지 않고 있어 강도는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증권도 이날 시황전망에서 "2월 산업활동동향 발표결과 1,000포인트 회복의기반으로 제시됐던 연초 소비 및 경기회복 기대감이 너무 앞선 기대치였음이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한화증권은 "부진이유를 설연휴에 두는 견해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시장컨센서스와 불일치한 점이며 외국인 매도 등 수급불안과 결합하면 지지선은 한 단계더 후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1.4분기 실적도 부담..IT.소비재.코스닥 우려감 커져
이달 들어 꾸준히 확대된 수급부담에 이어 수출의 둔화와 내수부진이라는 펀더멘털상 부담이 내달 초부터 본격화될 실적발표기에 시장의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 약세에 한 몫하고 있다.
특히 시장 비중이 큰 기술주(IT)들과 '개미군단'이 주력인 코스닥에서 실적충격(어닝 쇼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지표상 지수와 체감지수가 동시에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1.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점검'보고서에서 "에너지,소재,산업재 등 이익모멘텀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업종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IT와 코스닥기업은 시장의 기대치를하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음식료 업종도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증권 박석현 책임연구원도 IT주와 소비재주 전망에 대해 "높아진 시장관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적 모멘텀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점에서 아직까지 모멘텀 변화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