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인의 기를 살리자/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장(송현칼럼)

시장경제의 주역은 기업이다. 기업은 경제전선의 최전방에서 싸우는 주력부대이자, 한 나라의 소득과 부를 창출해내는 원동력이다. 인류를 가난의 질곡에서 해방시켜 준 것도 기업이고 공산주의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것도 바로 기업이다. 이제 기업은 세계 모든 나라의 국경마저 무너뜨리고 있으며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나라의 장래도 기업에 달려 있다.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발전하고, 기업이잘 돼야 우리 후손들의 밝은 장래가 약속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기업들은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에 수많은 기업들이 영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기가 펄펄 살아 있어야 할 기업인들의 기가 너무 죽어 있다. 왜 시장경제의 주인공이 이처럼 주눅들게 되었나. 무엇이 기업인의 기를 이렇게 꺾어 놓았는가. 첫째,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 때문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이라는 시련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우리의 고임금, 고금리, 고물류비용, 저효율 구조 속에서 죽어라고 생산하고 수출해 봐도 채산을 맞출 수가 없다. 세계시장의 무한경쟁 앞에서 돈 남기고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이 별로 없다. 그래도 문을 닫을 수가 없어 열심히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장사해서 돈이 남지 않으니 고리내고 빌려 온 돈을 갚을 길이 없다. 빚은 자꾸 늘어날 수밖에 없고, 급기야는 부도위기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주위에 도와줄 원군이 없는 외로움 때문이다. 기업들은 세계경제대전의 최전방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후방의 지원이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비록 뇌물을 갖다 바치기는 했어도 대통령과 통하는 사이인 기업들도 많았고 정부 요직에도 친구가 많았고, 정치권에도 줄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주위를 살펴봐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별로 없다. 셋째, 당장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앞도 안보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끝나고 시장경제질서가 정착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기업인들은 당장 답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선 고비용의 직접적인 요인인 고임금과 고금리만 해도 그렇다. 임금이 내려갈 가능성은 없고,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하루아침에 두 배로 높아질 수도 없다. 부도가 나기 전에는 해고를 통해 덩치를 줄일 수도 없다. 금융개혁이 되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하지만, 당장 빚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에서 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해도 현재와 같은 고금리와 고규제하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업들을 살려내고 기업인의 기를 다시 북돋워주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기업인의 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자구노력이다. 기업인 스스로 기를 살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 우리경제는 실패에서 오는 어려움이 아니라 성공의 결과로 나타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죠셉 나이 교수는 한국이 2차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대표적 나라라고 하면서 한국의 장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구조조정의 과정일 뿐이고, 잠시 지나면 다시 햇빛이 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뼈를 깎는 아픔이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부단히 경영을 혁신하고, 근로의욕을 북돋우며, 기술투자를 계속해서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해법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도 발벗고 나서 기업을 도와야 한다. 물론 과거와 같이 기업에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는 없지만,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이 보다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또 하루빨리 기업을 목조르고 있는 금융불안과 고금리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며, 규제도 더욱 풀어야 한다. 국민, 특히 지식인들이 기업의 성장이 바로 경제발전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형평도 중요하고 나눠먹는 것도 좋지만 우선 기업이 잘 되어야 나눠먹을 것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가난에 허덕이는 북한에서 형평이 무슨 의미가 있고 무엇을 나누어 가질 것인가. 지식인들은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도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근로자도 이 어려운 때 어떻게 해야 자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는 기업을 살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마음과 힘을 합치면 한국의 기업인은 다시 전세계가 우러러보는 기업인이 될 것이며, 우리경제는 제2의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룩해 낼 것이다. 기업인의 기를 반드시 살려내자.

관련기사



차동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