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베이비붐 세대 '서글픈 자화상'

"부모 챙기랴…자식 뒷바라지 하랴…"


지금은 합병되고 사라진 모 시중은행의 지점장이었던 김동섭(54ㆍ가명)씨. 학창시절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상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은행에 취직했다. 딸이 중학교에 입학했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선배들은 대거 은행을 떠났다. 명예퇴직 후 식당을 차렸다가 1~2년 만에 망하는 것을 보며 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겠다고 다짐했지만 대학 졸업을 1년 앞둔 2005년 결국 명퇴를 맞게 됐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딸에게 "시집이나 가라"고 말하지만 혼수 하나 변변하게 해주지 못할 형편을 생각하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에서 나타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ㆍ47~55세)의 자화상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교교육을 원하는 만큼 받지는 못했지만 자식만큼은 제대로 가르쳐 번듯하게 결혼시키겠다는 욕심이 누구보다 큰, 그러느라 정작 자신들은 제대로 된 문화생활 한번 즐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세대다. 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단계까지 교육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64.2%로 전체 평균(60.1%)보다 높았다. 사유로는 경제적 형편(79.2%)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남자(58.8%)보다 여자(69.5%)가 월등히 많았다. 이 때문에 자녀에게 대학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무려 99.1%에 달했다. 그럼에도 부담은 피할 수 없어 소득에 비해 자녀교육비가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83.1%로 30대 이상 가구주(79.8%)보다 많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 중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이들은 30.8%에 불과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10명 중 7명은 부모 생활비까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팍팍한 살림에 부모ㆍ자식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식구들 간에도 각박해져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배우자 및 자녀 만족도는 각각 62.6%, 71.7%로 전체 평균(65.7%, 72.7%)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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