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양해각서 좋아하다 망신살

“계분공장 폐쇄로 삼애원 개발의 단초를 만들어내 시민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던 김천시가 이번에는 적극적인 중재와 행정지원을 약속하는 탁월한 협상능력으로 양해각서(MOU)를 원만히 타결시켜 개발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21일 경북 김천시가 시 중심부에 약49만5,870여㎡ 규모로 위치한 양계단지 삼애원의 이전과 해당부지의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홍보한 보도자료의 일부다. 그러나 이날 오후1시에 체결하기로 한 MOU는 김천시 공무원, 삼애원 개발예정 회사인 J건설의 경영주(소유자)를 포함해 많은 인사와 이해관계자가 참석했지만 J회사의 등기부상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아 계약이 무산됐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김천시는 오후2시가 돼서야 각서 체결이 연기됐다고 통보하는 기민성(?)을 보여 대거 참석한 취재기자 등 관계자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가 유행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작은 일에도 MOU를 체결한다. 실질을 중시하는 기업은 이러한 요식행위를 선호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주민들에게 자신의 업적을 가시적으로 나타내고 싶어하는 단체장들의 욕구로 인해 이런 행사가 잦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천시는 지난해에도 관련회사 2곳과 추풍령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며 2차례에 걸쳐 MOU를 체결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으나 아직껏 진전된 성과가 없는데도 아무런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삼애원은 해방 이후 조성된 집단 양계단지로 악취가 심해 모든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어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시 최대의 과제다. 이 양계단지에 300여명의 축산농가가 자리하고 있는 데 더해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시립화장장과 수천기의 공동묘지까지 있어 개발을 하기까지는 어느 사업보다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적극적 사업의지와 자금력을 가진 개발회사가 등장함에 따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천시는 이런 때 MOU로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정지원을 강구해 개발이 용이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일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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