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법 개정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한은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한은과 금융감독원 사이에 충분히 정보 공유가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한은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3일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은과 금감원 간의 문제는 불신이었다”며 “(한은법 개정 TF에서) 2주 안에 줘서는 안 될 자료를 제외하고 모두 교환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정보 공유안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TF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한 셈”이라며 “한은법 개정은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경제가 회복한 다음에 개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 차관의 이 같은 말은 한은법 개정이 4월 임시국회에서 정치적인 이슈로 변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견과 부합한다. 당시 윤 장관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긴급히 한은법을 개정해 통과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정부와 한은이 서로 심도 있게 논의할 시간을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한은의 제한적 조사권 부여 문제에 대해서도 허 차관은 “거시적 건전성과 미시적 건전성을 한 기관에서 모두 감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제논의에서는 개별기관에 대한 검사는 미시적 건전성을 담당하는 기관에 맡기는 게 낫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국제적 규범이 만들어지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고 한은도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허 차관은 “좀비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1.5% 성장전망을 가지고 좋아졌다고 할 수 있냐”며 “큰 그림을 봐야 하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구조조정이 늦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허 차관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4대강 사업은 일자리 창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예산은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대강 사업에서 엄청난 홍보의 실패가 있었다”며 “청와대와 정부에 정책 홍보기능이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 차관은 우리나라의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이 연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