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6월 21일] 생명산업에도 '맥락 바꾸기' 필요

훌라후프는 뱃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유용한 스포츠 용품이다. 어느 훌라후프 제조업체 사장이 미국에서 제작 주문을 받은 후 빚을 내 엄청난 양의 훌라후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인천항에 쌓아놓기가 무섭게 미국 회사의 부도소식을 전해 들었다. 크게 낙담했지만 결국 그는 두 배 이상의 돈을 벌었다. 주변 들판에 있던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영감을 얻어 훌라후프를 반으로 자른 뒤 비닐하우스 제작공장에 팔았기 때문이다. 반원의 훌라후프는 기존의 대나무처럼 부러지지도 않고 비닐을 찢지도 않아 터널형 비닐하우스의 뼈대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훌라후프의 사례처럼 우리 농림수산업도 생각을 바꾸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산업'이 될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산업이 단순한 '먹을거리 산업'에서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농산어촌의 가치가 재조명된 배경에도 역시 '맥락 바꾸기'가 작용했다고 본다. 즉 기계기술과 석유자원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던 맥락이 생명공학기술ㆍ생명자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문명의 진로에 대한 통찰로 농림수산식품산업은 생명자원을 생산ㆍ응용ㆍ관리하는 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안전한 식품, 각종 기능성 식품, 천연 화장품,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바이오 매스, 각종 신약소재, 반려동물, 관상용 동식물, 문화 휴양 등 향후 유망 분야로 거론되는 산업군들은 농림수산 분야를 떠나서 생각될 수 없다. 또한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전 산업기술 시대에 버려졌던 가치들 또한 재해석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거의 사라져 갔던 '입는' 양잠업이 '누에그라' 등 건강 기능성식품을 만드는 '먹는' 양잠업으로, 인공고막이나 인공 뼈를 만드는 '신소재' 양잠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버려진 왕겨에서는 식용유와 기능성 단백질을 뽑아내고 있다. 왕겨에서 실리콘 원료를 뽑아내는 연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바이오 경제시대, 생명산업 시대를 맞아 '맥락 바꾸기'를 통해 우리의 나아갈 바를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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