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30대에 새로운 도전 하고 싶었습니다” “혈기왕성한 30대에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겠다’ 싶어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보험 에이전트 분야에서 내 능력을 펼치기로 결심한거죠.” 성공의 ‘보증수표’로 통하는 변호사 생활을 접고 보험설계사로 뛰어든 이가 있어 법조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메트라이프 압구정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일원 변호사(35ㆍ사시43회)가 바로 그 주인공. “도대체 뭐가 모자라서 잘난 변호사직을 그만 두고 보험설계사를 하느냐”며 조 변호사의 파격적인 ‘전향’을 의아해 하는 안타까움 섞인 질문이 주위로부터 자신에게 쏟아진 건 당연지사. 조 변호사는 그러나 늘 활짝 웃으며 이렇게 답변했다. “뒤늦게 후회하지 싶지 않아서요. 보험설계사도 변호사 못지 않게 고도로 전문화된 직업입니다”. 서울대 외교학과 90학번인 조 변호사는 2004년 2월 사법연수원 수료 후 1년 동안 경기도 수원의 한 전관 출신 변호사 밑에서 변호사 일을 했다. 이듬해 2월 일을 그만뒀으니 딱 1년 동안 금빛 변호사 배지를 달고 살았던 셈이다. 그러나 조씨가 지향하는 삶의 행복에는 단지 수입과 명예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영업 현장에서 고단한 삶의 일상을 몸소 체득하고 이를 뛰어넘으며 ‘내가 정말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보람을 느끼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그의 결정에 대해 열의 일곱은 ‘미쳤냐’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99년 조 변호사와 백년가약을 맺은 부인 장정미(35)씨의 충격이 가장 컸다. 장씨는 1남2녀의 가장인 조 변호사가 보험설계사 일을 자청한다는 사실 자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결국 ‘믿음’ 하나로 남편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조씨가 4월 메트라이프의 보험설계사(FSRㆍfinancial service representative)로 들어가자 고객들은 “변호사 출신 보험설계사가 나타났다”며 한결같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변호사는 “고객들에게 인생에 대한 재테크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고객들은 오히려 여기에 집중하지 않고 법률자문을 더 원한다”며 변호사 출신 보험설계사만이 겪는 고충 아닌 고충을 소개했다. 그는 “재테크에 관심을 갖다 보니 전에는 보지 않던 경제신문이나 경제서적을 보며 경제지식을 넓히고 있다”며 “특히 금융에 대한 현실감각이 넓어졌다”고 나름의 보람도 덧붙였다. 현재 그가 취급하는 상품은 변액유니버설 보험 등 일반 생명보험 상품. 조씨는 매일 늦어도 8시 전까지 지점으로 출근, 고객과의 미팅을 준비한다. 10시부터 고객을 만나기 시작, 최대 하루 10명을 만날 만큼 강행군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체중이 3kg이나 빠졌다. 그의 상관인 강태중 압구정지점장은 “회사 차원에서 조 변호사는 본인이 안주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여기에 온 만큼 난관을 잘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변호사가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뛰어든 만큼 분명 현장에서 적잖은 외로움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외로움이나 고단함을 느낄 시간조차도 아까운 게 사실이다. 영업무대를 전국 범위로 확대, 지방 곳곳에 포진한 사법연수원 동기 법조인들을 찾아 다니며 적극적인 보험 세일즈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조 변호사에게 “변호사가 왜 이런 일까지 하느냐”고 질타한 동기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 조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지금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까지 ‘초보’ 보험설계사다. 자유로웠던 변호사 생활에서 벗어나 엄격한 조직의 규율과 통제에 적응하지 못해 지점장에게 혼날 때가 부지기수다. 보수도 변호사 시절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아 부인 장씨를 보기가 무안할 정도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 없이 어떻게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까. 고객에 대한 자신감만이 제가 가진 유일한 영업전략입니다” 사법시험 합격 1,000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 자격증을 집에 놓아둔 채 전혀 다른 직종을 택하는 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변호사에서 전문 보험설계사로 탈바꿈중인 조 변호사가 과연 거치디 거친 보험 영업업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법조계는 물론 보험업계가 숨죽이며 오늘도 그의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