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무려 15조원(원장부가 기준)의 부실채권(무수익여신ㆍNPL)을 사들여 부실채권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지난해까지 총 76회에 걸쳐 12조7,000억원 규모의 NPL을 1조원에 매입했다. 올해 진행된 2조원 규모의 NPL 매각에 저축은행들이 모두 인수자로 참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총 인수규모는 15조원에 육박한다. 저축은행들은 부실채권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2005년부터 NPL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2005년 매각된 4건 중 2건, 2조5,310억원어치를 매입해 전체 금액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도 9건 중 5건, 총 1조6,573억원어치를 인수해 60%를 넘었고 올 들어서는 4건, 2조1,570억원에 모두 인수자로 참여해 2조원 가까이 매입했다. 저축은행이 부실채권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자산규모가 확대되자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로몬ㆍ한국ㆍ현대스위스 등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새로운 틈새시장인 부실채권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부실채권 투자 성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매입한 부실채권은 큰 수익이 났지만 2003년 카드사태를 전후로 투자한 NPL은 손실폭이 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올라간 반면 채권회수율은 파산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급락했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2005년 원장부가의 6%선에 매입한 부실채권을 절반 가격도 안 되는 2%선에서 재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반면 인수 1년 만에 원금을 모두 회수하고 투자수익을 챙기는 곳도 있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지난해 인수했던 NPL의 원금을 1년 만에 모두 회수했다”며 “부실채권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고 회수율을 높게 관리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인수 참여자가 늘고 일부 저축은행이 가격을 높이면서 부실채권 시장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외환은행 부실채권 입찰에도 2~3개 저축은행을 포함해 7곳의 투자가들이 참여했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올라갈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자산관리회사의 대표는 “NPL 투자는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한 후 회수가 늦어지면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며 “시스템을 갖추고 5년 이상 장기로 투자한다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바란다면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채권(무수익여신ㆍNPL) 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가세하면서 부실채권 수요는 늘어난 반면 부실채권 공급물량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신규 여신 자체가 줄어든데다 신용심사까지 강화됨에 따라 부실채권이 크게 감소했다. 은행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자를 받지 못하는 부실채권을 낮은 가격에 판다. 부실채권은 담보가 없고 연체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떨어진다. 은행은 1차적으로 NPL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고 연체기간이 3년이 넘는 무담보 부실채권을 골라 매각한다. 그래서 매도가격은 보통 원장부가격의 2%를 밑돈다. 1,000억원의 대출채권을 20억원이 안되는 돈으로 인수할 수 있는 셈이다. 부실채권 투자의 성패는 인수가격과 회수율에 달려 있다. 한 채권관리회사 대표는 “부실채권은 채권별로 얼마에 사오고 회수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익에 큰 차이가 난다”며 “외환위기 직후 인수한 담보 부실채권은 수익이 많이 났지만 카드사태 전후로 인수했던 무담보 부실채권은 과당경쟁으로 가격이 올라간 상태에서 파산제도 등이 도입됨에 따라 인수 업체들의 손실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부실채권이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알려지면서 저축은행은 물론 개인ㆍ일반법인 등도 뛰어들고 있다. 1,000억원짜리를 20억원에 인수해 2~3% 이상만 회수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저축은행이 인수했던 부실채권의 경우 회수율이 예상치를 밑돌아 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손실을 보고 재매각하는 등 부실채권 투자로 ‘멍이 드는’ 투자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