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기업 경영진도 '유리지갑' 된다

SEC, 시장 투명성 강화위해 내년부터 보수공개 대폭 확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 상장기업 경영진들의 보수 및 각종 혜택에 대해 정보공개 의무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세원이 완벽하게 노출되는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진들의 주머니도 ‘유리지갑’으로 불릴 전망이다. 이는 기업 경영진들이 주주들에게 알리지 않고 거액의 보수와 보너스를 챙기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영진 보수 공개 확대방안은 오는 17일 SEC회의에 제출돼 SEC 위원들의 최종 투표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SEC가 경영진 보수 정보공개 제도를 수술하는 것은 14년 만으로 크리스토퍼 콕스 신임 위원장의 조직내 지지도를 감안할 때 회의에서 최종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개정안은 이르면 2007 회계연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SEC의 개정안은 기업들이 주주총회 안내서에 고액 연봉 상위 5명 경영진들의 연간 총 보수를 각각 공개하도록 의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영진에 제공된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현재 주식수만 공개하도록 돼 있으나 앞으로는 달러로 환산한 시장가치를 명시하도록 했다. 임직원들이 받는 각종 혜택의 공개 범위도 넓어진다. 현행 규정은 골프클럽 회원권이나 비행기ㆍ차량 제공 등 임직원에 제공된 각종 혜택이 5만달러 이상이거나 연봉의 10% 이상일 경우 공시하도록 했으나 개정안은 공시 대상을 1만달러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 밖에 기업들은 경영진이 퇴직했을 때 받는 연금 및 각종 혜택도 모두 공개해야 하고 직급별 보수도 상세히 밝혀야 한다. SEC가 경영진 보수 공개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규정 아래서는 대형 기관투자가들 조차 경영진들이 받는 정확한 보수를 알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콕스 SEC 의장은 최근 “과거 투명했던 기업들의 보수 체계가 점차 모호한 쪽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시장이 투명한 정보를 가져야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SEC의 방침에 내심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스톡옵션의 시장가치를 보수에 포함할 경우 경영진의 보수가 실제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경영진 보수 공개 확대가 당초 의도와 달리 경영진들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최고 경영진의 보수를 서로 벤치마킹하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 경영진 몸값에 인플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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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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