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且煥(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 이사장)지구 표면 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은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 94년 1월 16일 유엔해양법 협약의 발효로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대한 연안국의 기득권이 인정되면서 세계 각국이 해양 관할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일찍이 해양을 적절히 이용하는 국가는 언제나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찬란한 꽃을 피웠던 동서양의 역사를 살펴볼 때, 새 천년에 해양을 둘러싼 국가간의 분쟁이 세계의 핫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해양을 다스리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처럼, 세계 각국은 힘의 논리를 앞세워 영유권 주장과 해양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육상자원이 부족하고 영토가 협소한 우리 나라는 일찍이 해양을 통하여 수출입 물량의 운송은 물론 고급 동물성 단백질의 획득에 이르기까지 해양은 국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특히 우리의 바다에 대한 개척 역사는 이미 1000여년전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에 해상왕국을 설치, 당시로서는 세계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바다까지 제패하여 해양개척의 꿈을 실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해양개척 정신은 정치적 상황에 의하여 허망하게 좌절되었으나 지난해부터 해양수산인들이 중심이 되어 이에 대한 재조명 및 평가사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해양사상 고취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바다의 날」을 제정하여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양개척의 정신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제3회 바다의 날 행사에서는 역사적인 「바다헌장」을 선포하여 「21세기의 신해양시대」를 열자고 결의까지 한 바 있다.
해양환경보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바다헌장의 한 대목이 무엇보다 피부에 와 닿았다. 『바다에서 끊임없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다를 건강하게 지키고, 바다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지혜롭고 안전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구절이다.
사실 지금까지 바다는 일방적으로 인간이 개발하고 이용만 하여왔지, 아끼고 보존하는데는 다소 소홀히 한 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깨끗하고 풍요롭게 여겨졌던 바다는 육상의 오염물질 유입과 해양 오염사고로 인하여 황폐화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건강한 바다를 지키기 위한 해양환경보전운동을 범 국민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해양분야에 몸 담고 있는 해양수산인들의 의식개혁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단체와 연계한 범 사회적인 운동으로 확산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최근 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자원 봉사인력을 해양환경보전 분야 쪽으로 적극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해양오염사고를 대비한 민간 부문의 방제능력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지난 95년 7월 여수 앞 해상에서 발생한 시프린스호 오염사고는 막대한 재산피해 못지 않게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정부의 방제능력만으로는 대형오염사고에 대비하기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인 점을 감안하여 정부와의 역할 분담차원에서 민간 전문방제기관의 설립이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 11월 설립된 조합은 오는 2001년까지 방제능력 5,000톤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방제장비의 확충을 통하여 지난해에 2,000톤을 확보한데 이어 올해는 3,400톤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육상의 소방서와 같은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당초의 약속대로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선행되고 지속되어야 한다.
해양환경보전 업무가 어차피 공익기능을 지니고 있는 만큼, 해양 재난시 정부와의 역할 분담을 위한 정부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
셋째, 해양오염방제에 있어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우수한 최첨단 장비라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전문 인력의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소의 설립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만 재산 피해의 최소화는 물론 해양생태계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바다헌장에 담겨 있는 건강한 바다를 지키는 것은 더 이상 지체될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개발 및 이용방식에서 탈피하여 해양환경을 잘 보전하는 것이 바다헌장에 담긴 건강한 바다의 참 뜻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