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 경제에 자금경색 한파/은행들 ‘발등의불 끄기 급급’ 대출기피

◎기업 돈가뭄 극심 도산사태 지속될듯장기간의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경제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급격한 자금경색(credit crunch)의 한파가 몰아 닥쳐 중소기업들은 물론 대기업들마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도산사태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출을 극도로 기피하는 것은 자신들이 위기에 처해 대출할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은행들은 90년대들어 계속된 경기침체로 체질이 극도로 약화된 상태인 데다가 동남아의 기업들에게 대출해 준 돈마저 최근 동남아금융위기로 인해 부실채권으로 전락, 떼일지도 모를 실정이다. 게다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인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가산금리를 물어야 하는 처지라 해외자금조달마저 여의치 않다. 이미 홋카이도 도쿠쇼쿠(북해도척식)은행이나 야마이치증권이 도산한 데서 드러났듯이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가에선 후지(부사)은행이 산와(삼화)은행과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최근 도산한 대형 식품유통업체 도쇼쿠(동식)에 1천억엔을 고스란히 물린 사쿠라은행은 부실의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쿠라측은 부동산과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에 서둘러 나섰으나 이미 미신용평가기관 무디스사는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방침이다. 최근 후지와 사쿠라등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부실이 그만큼 심하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홍콩상하이은행의 관계자는 『지금부터 내년3월까지 소형 은행들의 도산이 줄이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일본정부는 내년 3월말을 기해 이른바 빅뱅(금융산업개편)을 단행한다는 방침이어서 금융기관들이 지각변동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자본비율(BIS기준)을 높여야 할 처지다. 하지만 증시가 불황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기 때문에 은행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대출축소가 유일한 방안인 셈이다. 은행의 한 중역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2조엔을 방출할 방침이나 신용경색현상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신용경색이 계속될 경우 기업들의 도산은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도쇼쿠가 도산한 데 이어 무역회사인 도멘, 섬유회사인 리나운등 상당수의 중견기업들이 부도직전의 자금난에 몰려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문제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신용경색은 심해진다는 점이다. 증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은행들은 유가증권평가손실로 인해 대출여력이 축소되고 이 경우 시중자금사정악화로 증시는 더욱 침체를 면치 못하는 악순환이다. 미쓰비시연구소는 주가가 내년3월에도 1만6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16조엔의 대출감소가 불가피하며 이 경우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기업들의 자금난은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의 일본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인해 해외투자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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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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