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폭로정치와 증시/증권부 이정배 기자(기자의 눈)

『정치권이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기아등 대기업의 부도 도미노로 증시가 빈사상태인데 정치권이 도와주지는 못하면서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으니 어 이가 없습니다.』신한국당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을 폭로하자 주가가 연일 하락, 객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원성과 한숨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비자금 폭로건으로 상장주식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무려 4조원이나 줄어들었다. 정치권의 정쟁에 새우 등이 터진 국민들의 재산이 그만큼 없어진 것이다. 문제는 비자금 폭로 그 자체가 아니다. 비자금을 불법적으로 조성했다면 법적 도덕적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당위론을 인정받는 것이다. 깨끗한 정치는 곧 경제를 건전하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자금 치부과정의 불법여부는 이른 시일내에 규명하는게 중요하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경제가 멍이 들고 주가는 힘을 잃게 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김총재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권 발동을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은 나름대로 이른 시일내에 진상을 조사해 국민에게 속시원히 알려주어야 한다. 이것은 한나라 정치인들의 최소한의 의무다. 단순히 집권욕에 사로잡혀 대책없는 폭로전으로 일관한다면 정치권은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소외받을 것이고 주가하락의 골도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은 3백만 증권투자자들의 표를 의식해 증시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운운하고 있지만 비자금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등 정치권은 매번 증시의 발목을 잡아 왔다. 대기업의 부도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추락, 해외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등 경제가 엉망이 되고 있고 본의 아니게 폭로전에 휘말린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가지수는 한나라의 경제수준을 말해준다. 지수 6백10포인트대는 한국경제의 얼굴이 아니라 한심스런 정치권의 자화상이다. 더이상 정치권은 증시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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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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