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전자 '여유자금' 딜레마

현대전자 '여유자금' 딜레마빚을 갚을까, 설비투자를 할까. 현대전자(대표 박종섭·朴宗燮)가 영업이익과 유가증권 처분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10조원이 넘는 부채를 상환할 것인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릴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게 현대전자의 전략이지만 앞으로 반도체·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휴대폰·통신장비 등 차세대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투자 확충에 5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고민이 적지 않다. ◇확보 가능한 자금규모=현대전자는 자사주 800만주(약 1,600억원)와 1조원대의 유가증권 등을 매각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을 조기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또 반도체 호황이 지속돼 하반기에도 1조원대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조1,600억원의 여유자금이 확보되는 셈이다. 그러나 16일 분사하는 연산 300만대(중국포함) 규모의 모니터 사업부문에 아직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동성 확보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차입금은 얼마나 되나=현대전자는 상반기 중 8,400억원에 달하는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금융비용(6,000억원)과 자산평가손(7,600억원) 때문에 2,3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절대부채액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이유로 현대전자는 올들어 자사주 매각(3,100만주)과 유가증권 처분 등으로 약 7억달러의 외자를 유치, 1조원에 가까운 부채를 상환하는 등 자구노력을 계속해왔다. 현대전자의 부채규모(해외부문 포함)는 지난해 말 11조5,000억원에서 6월 말 현재 약 10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연말까지 추가로 1조1,0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할 경우 9조5,0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합병이전 14조5,000억원에 비하면 무려 34.5%나 감소하는 것이다. ◇설비투자 계획=그러나 가용자금을 부채상환에만 쓸 수 없다는 게 현대전자의 딜레마다. 현대전자는 경쟁력 강화를 겨냥, 올해 1조8,000억원, 내년 2조9,000억원의 반도체 투자를 비롯 내년까지 총 5조원 이상의 설비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기존 생산설비가 노후하거나 향후 2~3년 내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 업그레이드 및 차세대 설비증설이 불가피하다』며 『미래를 내다보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시설투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동호기자EASTERN@SED.CO.KR 입력시간 2000/08/15 18:4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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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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