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란 방지 대책은 뒷북 정책이었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라 신용카드 대란 방지 대책 수립에 관여했던 재정경제부 간부들의 냉철한 자기비판이다.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용인의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재경부가 망하는시나리오'라는 주제로 열린 재경부 간부 혁신 워크숍에서 우리나라 경제 정책의 사령탑을 자처하는 재경부 간부들의 입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경부가 한덕수 경제 부총리와 차관, 3급 이상 국장, 각 국의 주무 과장들이참석한 워크숍에서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부처가 망한다는 극단적인 주제를 선택한것은 망하는 길을 알면 생존 방법도 알 수 있다는 역발상의 논리였다.
간부들은 재경부가 망한다는 의미로 경제정책을 제때 수립하지 못해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경제종합부처의 조정기능을 상실해 다른 기관으로 흡수되거나 해체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재경부가 망할 수 있는 내부적 요인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은 ▲경기상황 진단 실패 ▲정책일관성 부족 ▲뒷북 정책 ▲정책수립 절차의 합리성.투명성 결여 ▲중장기 비전 결여 ▲인기영합 선심 정책 ▲`막가파식' 정책 등을 꼽았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시장.여론.언론의 의견 무시 ▲정치적 외풍 ▲`모피아'로표현되는 집단우월 의식 ▲보신주의.복지부동 등이 지적됐다.
특히 뒷북정책으로는 수 많은 신용불량자가 쏟아진 뒤에야 부랴부랴 수립한 신용카드 대란 방지대책 등이 거론됐다고 재경부는 전했다.
한 국장은 "솔직히 과거에 땜질식 정책을 만든 경험이 있고 이런 정책은 일관성을 잃게 돼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자기 반성을 했다.
다른 국장도 "국민의 목소리와 만족도를 무시하고 전시 행정을 일관한다면 국민에게 외면당해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에서 자신이 죽는지도 모르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시간의 토론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재경부가 되기 위한 해법으로는 국민의정책 수요 수렴, 정기적 정책 수용도 조사, 대국민 경제토론회 정례화, 여.야.정 정책 협의 활성화, 대국민 다짐헌장 채택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재경부가 자기 반성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면서도 "워크숍에서의 자기 반성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