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느닷없는 네덜란드식 노사문화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일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새로운 노사모델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네덜란드식 노사문화`를 얘기했다. 이 시점에서 왜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됐는지가 우선 의아하다. 철도노조 파업이 겨우 수습됐지만 민노총은 연대파업에 나서고 있다. 이 실장이 제시한 `네덜란드식 노사관계`가 협의기구로서 네덜란드 노사정위원회인 사회경제협의회(SER)을 의미하는 것인지, 노조의 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새로운 틀을 말하는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그것이 협의기구로서의 노사정위원회를 의미한다면 스웨덴식 노사정 합의모델을 채택했던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을 답습하는 것일 수도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일부 성과가 없지는 않았으나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노사관계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무분별한 임금인상 등 노조의 지나친 주장을 견제하는 대가로 사용자가 부분적으로 경영권을 이양하는 내용이라면 이는 노사 양측으로부터도 배척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2일 `신노사문화 확립을 위한 회원사 간담회`를 마친 뒤 “한국에는 한국적 노사 모델이 가장 바람직하며 한국의 경제발전, 경제과제, 풍토 등에 맞지않는 제도를 도입하면 반드시 시행착오를 거친다”는 말로 우려감을 표시했다. 더욱이 두산중공업 사태와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이어 조흥은행 및 철도노조 파업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노사갈등은 노조가 노동조건이 아니라 정치적인 조건을 내세워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시험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그 중에서도 경영참여 요구는 노조가 가장 우선시하는 투쟁목표다. 따라서 네덜란드식이냐 스웨덴식이냐 영ㆍ미식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적 여건과 노사풍토에 적합하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해도 환경에 안 맞으면 실패하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의 노사문화는 `법과 원칙의 확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것 하나라도 제대로 다져놓은 다음 다른 제도를 도입해도 해야 한다. 지금 파업국면이 겨우 진정되는 기미를 찾아가는 시점에서 네덜란드식 노사문화를 말하는 것은 느닷없다. 굳이 이 제도를 도입할 요량이라면 사전에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관련기사



이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