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22일 창업 70돌] '제3 창업' 갈길 먼데… 특검사태로 중대고비

청과물상회 모태 한국 대표 초일류 기업으로 대변신<br>반도체·LCD등 도약 거듭… 브랜드가치만 169억弗<br>"신수종사업 발굴·그룹 구조재편해 시련 극복 기대"

삼성의 모태 삼성상회

붓글씨를 쓰고 있는 이병철 선대 회장

기흥 반도체 생산단지를 둘러보고 있는 이병철(가운데) 회장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4년 반도체 사업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대형 기념판에 '새로운 신화 창조' 라는 글귀를 적고 있다.


'제3 창업' 갈길 먼데… 특검사태로 중대고비 [삼성 22일 창업 70돌] 청과물상회 모태 한국 대표 초일류 기업으로 대변신반도체·LCD등 도약 거듭… 브랜드가치만 169억弗"신수종사업 발굴·그룹 구조재편해 시련 극복 기대" 이규진기자 sky@sed.co.kr 삼성의 모태 삼성상회 붓글씨를 쓰고 있는 이병철 선대 회장 기흥 반도체 생산단지를 둘러보고 있는 이병철(가운데) 회장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4년 반도체 사업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대형 기념판에 '새로운 신화 창조' 라는 글귀를 적고 있다. ‘청과물 상점에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 산업계의 산 증인 삼성그룹이 22일로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뜻 깊은 고희를 앞둔 태평로 본사는 적막강산처럼 조용할 뿐이다. 최근 특검 사태로 공식 기념행사가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제 안팎의 장애를 딛고 일어서 ‘100년, 200년의 삼성’을 향해 뻗어나갈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중대 고비에 서있다. 삼성은 과거 산업화 초기 경공업에서 출발해 중화학ㆍ전자에 이어 반도체ㆍLCD까지 끊임없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한국 산업의 교과서’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일본을 무너뜨리며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고지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황금의 사업구조를 자랑하며 글로벌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38년 청과물과 건어물ㆍ국수를 파는 ‘삼성상회’(현재 삼성물산)로 출발해 70년 동안의 압축 성장 끝에 상전벽해와 같은 대변신을 해왔다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은 것.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는 “삼성의 역사는 바로 한국의 기업사이자 한국민의 생활사, 글로벌 경영 개척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출의 20.4%를 점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창업 30주년이던 68년 연간 22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6년 152조원으로 성장했고 수출 역시 1968년 28억원에서 2006년 63조원으로 늘었다. 시가총액은 2006년 말 기준 140조원을 넘어섰고,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말 현재 169억 달러로 세계 21위를 기록했다. 임직원 수도 1968년 7,000명에서 25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 같은 삼성그룹의 대도약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 수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1987년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1988년 ‘제2창업’을 선언하고 그룹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어 1993년에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신경영을 주창, 그룹의 질적 변화를 진두지휘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을 내수기업 삼성에서 글로벌 삼성으로 도약한 원년으로 꼽는다.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TFT LCD, 휴대폰, TV 등에서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기업의 토대를 만들어갔다. 이 회장은 2005년 “1990년대 초일류 기업성장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일류기업의 반열에는 어느 정도 올라섰다”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삼성은 그러나 최근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일본ㆍ대만 등 경쟁국의 거센 추격에 밀리는 등 안팎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비자금 폭로 사태에 이어 삼성특검이라는 복병을 만나 글로벌 경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삼성은 과거에도 창립 행사를 10년 주기로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징크스를 안고 있다. 1978년에 세계적 경제위기 2차 오일쇼크가 터졌고 환갑을 맞았던 199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속에서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직격탄을 맞아야 했다. 삼성은 당초 올 들어 그룹의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창조 경영을 앞세워 ‘제3의 창업’을 힘있게 밀어붙일 계획이었다. 지난해 10월 그룹 전략기획실 내 신수종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본격적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할 채비를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과거 10년 이상 그룹의 성장 동력이 돼준 반도체ㆍLCD의 뒤를 이을 신수종 사업이 시간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백년 기업으로서 성장을 계속하려면 또 다른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업종이 나와야 하는 것. 이에 맞춰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ㆍ바이오ㆍ환경을 신성장 아이템으로 잡았다. 또 계열사들은 각 사업 영역별로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분에서 1위를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게임ㆍ홈네트워크ㆍP램ㆍ바이오칩ㆍ대형AM OLED를, 삼성전기는 산업용전원ㆍ모바일연료전지용 부품, 삼성SDI는 중소형 AM OLED, 삼성중공업은 크루즈선을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별 신사업을 추진함은 물론 그룹 구조를 재편하고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은 크게 삼성전자 등의 전자계열사와 금융ㆍ화학ㆍ건설ㆍIT 등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중 전자부문과 건설ㆍ화학 일부를 제외하고는 내수 위주의 한계를 여전히 안고 있다. 특히 금융 부문은 규제 등에 묶여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또 브라운관에서 LCD와 PDP로 디스플레이 환경이 변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SDI와 부가가치가 떨어져 획기적인 사업변화가 시급한 삼성석유화학 등 부진 계열사들의 구조도 개선돼야 할 상황이다. 이를 위해 삼성이 공격적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글로벌 직접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지배구조에 일정 부분 변화가 닥쳐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는 한 순간만 방심해도 곧바로 낙오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이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속의 기업으로 도약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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