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헌재 말발 안먹히네"

양도세 문제 이정우에 판정패 "위상 흠집"

‘경제 수장의 말발이 이렇게 안 먹혀서야.’ 1가구3주택 중과 문제는 논란 끝에 ‘예정대로 시행’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경제 부총리의 위상에 흠집을 남기게 됐다. 마지막 발표만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했을 뿐 정책방향은 사실상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뜻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 11월12일 이후 ‘연기 검토’라는 발언을 세 차례나 거듭했다. 하지만 ‘원칙론’을 고수한 이 위원장에게 판정패하고 말았다. 굵직굵직한 정책들마다 당과 청와대의 벽에 부딪히곤 했던 이 부총리는 이번 일로 경제 수장으로서의 신뢰에 금이 가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정책의 최종 결정에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해진다. 앞으로의 정책시행 과정에서도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부총리가 스스로 관계장관회의에서 강행하기로 결론을 낸 만큼 이 위원장과의 힘 겨루기에서 밀렸다는 해석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최근 되풀이되고 있다는 데 있다.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모피아(재무부 출신 관료들) 제동론’ 이 불거지면서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된 점도 크게 보아 이 부총리의 정책력 역량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방카슈랑스나 집단소송제 등과 관련해서도 시장에서는 이 부총리보다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말을 더 신뢰하는 형국이 됐다. 이밖에 ‘한국형 뉴딜’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연기금 동원 논란, 경제자유구역 내 병원과 외국인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 등 정책 전반에 걸쳐 이 부총리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과천 관가의 한 관료는 “내년 초로 예정된 개각에서 이 부총리가 유임되는 것과 관계 없이 경제 수장의 의지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 점은 시스템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