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치권 이익단체 '눈치보기'

특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첨예한 대치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해 입장표명을 유보한 채 눈치만 살피고있다.우선 재계는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해당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또 한국노총은 전경련 회장실에 이어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에서, 그리고 민주노총은 국회앞 콘테이너 막사에서 각각 철야농성을 하는 등 노동계가 「겨울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이같은 노사대립 관계를 풀어야할 정치권이 흔한 성명이나 논평 한 줄도 내지 않고 내년 총선 때 「표」와 「돈」사이의 이해득실만 따지고있는지 수수방관하고있다. 여야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표」와 「재계돈줄」사이에서 쉽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 『기본적으로 노사간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한국노총의 당사 점거농성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못하고 있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7일 『노사정위원회에 일단 맡겨 놓는 것이 맞는말 아닌가』라고 말했다.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도 『당으로서는 아무런 준비가 없다』며 『그런데 갑자기 당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며 지적했다. 한나라당 속사정도 편치않다. 한나라당 공식회의에서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괜히 민감한 사안을 잘못 다뤄 「총선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지난해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때 임금지급 벌칙조항이 법리상으로 맞지않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노사간에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자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정책위의장은 이와관련, 『노사대립을 심화시키거나 화합을 깨는 방향으로 가지만 않으면 된다』고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관행대로 노사간 협의에 의해 결정하도록 정부의 중재를 유도할 사안이라고 내부입장을 정리한 채 문제의 「공」을 정부·여당에만 넘기려 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익단체의 표를 의식,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번 사태만이 아니다. 산적한 민생법안들의 경우 각종 이익·직능단체들의 로비에 밀려 국회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변질되거나 심의자체가 포기되는 사례가 적지않다. 재정경제위에서는 주세법을 다루면서 소주업계와 서민들의 표를 의식한 나머지 소주세율을 삭감시켜 2,100억원의 세수결함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소비자에게 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결함제조물책임법(PL법) 제정안도 상정됐으나 제조업체의 압력을 의식한 여야 의원들의 몸사리기로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보건복지위에서는 내년 7월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일부병원의 민간인 대여약국 폐지를 1년 유예시키는 쪽으로 내용이 변질돼 관련업체의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교육위는 간선 방식인 시·도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를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전원 참여하는 직선 형태로 바꾸는 지방교육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인데 총선을 앞두고 교원들의 표를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다. 산자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법도 일자리 감축을 이유로 한전 민영화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안건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황인선기자IS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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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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