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그래도 군기는 필요하다

최태목 <현대중공업 조선설계운영부 차장>

최근 전방부대 총기난사 사건을 접하면서 과거 군에 갔다 온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던 형제 같은 전우를 대상으로 무참히 사격을 가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배경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폭력 폭언이 주된 원인이라고 해 신세대 장병들에 비해 그동안 변하지 않은 군대문화를 질타하고 있다. 자율과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 장병들과 그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과거식 군대문화와의 충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군대도 세월에 따라 변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신세대니 시대의 흐름이니 하면서 명령체계에 기반을 둔 군대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고 자율성만을 강조한다면 언제라도 적을 이길 수 있는 강인한 군대가 유지되겠는가. 군대의 생명은 엄격한 군기이며 군기가 빠진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군대문화를 개혁해야겠지만 상명하복 체계를 훼손할 정도의 군기저하 행위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모멸감을 주는 인권모독이나 부당한 폭력행위는 철저히 금지돼야겠지만 명령 체계를 훼손할 정도로 사소한 문제까지 간섭하고 제재한다면 자칫 소신 없는 무사안일한 군대로 바뀌지 않을지 걱정된다. 어려운 역경도 이길 수 있는 강인한 군인정신을 가진 든든한 군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몇 명의 지휘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후배간의 자체적인 기강유지에 의한 적당한 긴장과 절제가 필요하다. 사격장에서 적절한 통제를 통해 엉뚱한 생각이나 해이한 행동으로 인한 총기사고를 방지하고 있는 것을 군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심한 군기를 요구하지 않는 과거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총기사고가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군기가 세기로 이름난 해병대에서는 총기사고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군은 항상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를 재조명하되 군대의 기강과 전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군은 깊은 자성을 통해 앞으로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나라에 맡길 수 있고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가고 싶은 군대’가 되도록 새롭게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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